독서, 글쓰기 그리고 종이에 대하여
나는 전자책 보다 종이책을 디지털 메모보다는 아날로그 수첩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이 더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종이에서 느껴지는 질감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책이든 수첩을 선택할 때 종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곤 한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그 촉감을 통해 굳어있던 모든 감각 세포를 깨우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실례로 나는 책을 읽을 때 조금 불편하더라도 독서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 손으로 두꺼운 책을 꼭 잡고 다른 손으로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길 때면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특히 어려운 책일수록 내용 전달이 더 잘되고 집중도 더 잘되는 느낌을 받는다.
(한때 너무 이해하기 어려웠던 책을 이 방식으로 읽어 보니 잘 읽을 수 있어서 독서습관을 바꿈)
글을 쓸 때도 A4처럼 매끈매끈한 종이(스노우지) 보다는 약간은 누렇고 거친 종이(크라프트지) 질감을 더 좋아한다.
우선, 거친 종이가 어떤 필기도구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펜의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느낌이 자연스럽고 좋다. 그리고, 표면에서 미끄러지는 느낌보다 '긁는 느낌' 또한 손글씨의 재미를 더해 준다.
그래서일까 손 끝을 통해 말이 글로 쉽고 자연스럽게 바뀌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내가 갖고 있는 수첩, 필사 노트는 전부 거친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종이향도 나에게는 중요한 요소다.
계절에 따라 장소에 따라 느껴지는 종이의 향기가 다르다. 여름철에는 습기 머금은 눅눅한 향기가, 겨울철 건조할 때는 종이 특유의 향에 손 때 묻은 향기가 동시에 코 끝으로 전해질 때 독서 또는 글쓰기의 기쁨도 배가 되는 듯하다.
글이 안 읽힐 때, 글이 안 써질 때
종이 재질이 다른 책 또는 노트로 바꿔 보는 것도 한 가지 선택지가 되지 않을 까하는 생각이 드는 나른 한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