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않을 권리

보통의 감성

by 바람아래

카페는 나의 휴일 거실이다.

커피나 차를 좋아해서 카페에 가기도 하지만 책을 보거나 글을 쓰려고 가는 경우도 많은 요즘이다. 나 역시 시간이 날 때마다 단골 카페 세 곳을 기분과 날씨에 따라 골라서 가곤 한다.


내가 자주 가는 카페에는 공통점이 있다. 커피의 선택 폭이 넓고, 맛과 향은 기본이다. 원두 선택부터 로스팅까지 직접 하는 곳의 커피 클래스는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오전이나 늦은 오후처럼 손님이 몰리지 않는 시간에 길게 있어도 편한 곳이어야 한다. 이미 그런 곳의 사장님들과는 친해져서 가끔 살아가는 이야기를 부담 없이 나눌 수 있는 곳들이다. 물론 안락한 의자와 편안한 분위기는 기본이다.


주말 나의 힐링타임은 그런 단골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향과 한 모금의 산미를 느끼며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그게 그저 공허한 바람일 뿐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나의 힐링타임을 사정없이 깨버린다. 그들의 목소리는 득음이라도 한 듯 카페 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듣고 싶지 않은 그들의 말들이 방향을 잃은 채 내 귓속으로 필터링 없이 빨려 들어온다. 미국-이란 전쟁에서부터 지방선거까지 대화의 주제도 다양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대화는 크레셴도, 점점 목소리가 커진다. 그럴수록 또 다른 테이블의 데시벨도 함께 올라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때 즈음이면 이미 카페는 나의 힐링스폿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태다. 그런 날에는 독서와 글쓰기는 이미 물 건너간다. 한동안 읽지 못한 이웃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쓰는 것으로 만족할 때가 있다.


처음 가는 카페에서는 주의하는 몇 가지가 있다. 일단 다인용 넓은 테이블과는 최대한 거리를 둔다. 3대 한 가족이 오는 경우도 있고, 동창회를 마치고 여럿이 오는 단체들이 점령하는 경우가 많아 일찌감치 멀리 떨어져 앉는 게 상책이다. 또 하나, 샌드위치 패널로 된 카페는 잘 가지 않는다. 전부 그렇지는 않지만 소리의 울림이 많기 때문이다. 음악 소리에 사람들의 목소리, 에어컨 또는 히터 소리까지 섞이면 돈 내고 고문받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주말 나의 힐링타임은 가급적 사람이 적은 시간대에 갖는다. 오픈 시간이나 오후 4시 이후, 나에게는 그런 시간대가 로열타임이다. 굳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알지 못하는 타인의 삶에 대해 사적인 내용들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욕심일 수 있으나 그 시간만이라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싶을 뿐이다. '듣지 않을 권리', 존중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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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사진 : Chatgpt Ai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