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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없는 작가 Sep 02. 2024

꿈을 쏘다

달그락달그락, 콩콩거리는 소리가 난다. 숨소리를 낮추며 소리 나는 쪽으로 깨금발로 걷는다. 까치였다. 사람이 있는 줄 모르는지, 까치는 연통을 계속 쪼아댄다. 까치, 참 오랜만에 본다. 반가운 소식을 물고 왔나, 잔뜩 기대하며 까치의 몸놀림에 눈을 떼지 않는다. 숨까지 참고 지켜보는데 까치는 푸드덕거리며 하늘로 날아갔다. 

지난 25일, 첫 한국형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로 향해 날아갔다.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우리 힘으로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을 발사해 서비스할 수 있는 ‘스페이스 클럽’ 11번째로 가입하게 되었다. 18시 24분, 굉음을 내며 누리호는 우주로 날아갈 때, 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질렀다. 태극기를 흔드는 아이 어른 모두 환한 표정이었다. 

이 기쁨을 같이 나눌까 싶어, 하루 늦은 다음 날 전남 고흥으로 향했다. 고흥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꽃길이었다. 길에서 만난 노랗게 핀 금계국은 삼백 킬로가 넘는 길을 환하게 이끌어 주었다. 고속도로 옆에서 노란 꽃물결을 펼쳐주며 ‘어여’ 가보라고 꽃등으로 길 밝혔다. 확 지나가는 꽃등을 오래 담고 싶어 산을 향하면 거기에도 군데군데 꽃물결로 환했다. 기분 좋은 소식을 듣고 고흥으로 가는 길이라 그런가, 그 길에는 꽃마저 등 밝히고 있었다. 

수백 킬로를 달려왔는데, 고흥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밀려온 물이 썰물이 되어 빠져나간 듯했다. 우주센터 주변은 우주로 가는 길목이라 아직도 들썩일 줄 알았다. 그런데 학부모 서너 팀, 젊은 연인 한 쌍, 그리고 나뿐이었다. 다행히 한 사람이 열 명 몫을 하느라 분주했다. 매표소 앞에서 큰소리로 친구들을 불러 주민등록증은 준비하라고, 그래야만 할인받을 수 있다고 소리 지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가 모이는 열 명 남짓한 사람이 전부였다. 광장을 휘돌아 보아도 손으로 꼽을 만한 사람뿐이었다. 

나로우주센터는 우리나라에 한 곳밖에 없는 우주센터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인공위성 발사장이기도 하다. 우주로 향한 꿈과 희망이 시작된 곳이다. 나도 예매하고 우주과학관에 들어갔다. 우선, 애니메이션 상영하는 시간에 맞춰 관람했다. 유치원, 초등학생과 학부모들이 아이 손을 잡고 영화를 봤다. 10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우주로 향하는 꿈과 희망이 여운으로 남았다. 이 아이들이 우주로 향하는 길에서 꿈을 키우게 해 달라는 소망을 빌었다. 

우주과학전시관에는 인공위성과 우주공간을 테마로 구분되어 쉽게 즐길 수 있다. 기본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곳, 로켓 존, 인공위성 존, 우주탐사 존이 있어 관심 있는 곳이 있다면 시간을 넉넉히 두고 구경하는 게 좋다. 우주탐사 존이 발길을 붙잡았다. 우주에서의 생활은 어떻게 할까, 무엇을 먹을까,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평소에 궁금했는데 이곳에는 알기 쉬운 설명과 실제 물건들이 놓여 있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차를 돌려 우주 발사전망대로 향했다. 도착하니 5시다. 한 시간 남짓 관람할 수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매표하고 7층 전망대에 올라갔다. 전망대는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이다. 360도 회전하는 전망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다도해를 바라보는 느낌은 놓치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한 바퀴 회전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때쯤이면 찻잔이 커피를 훤하게 드러낼 때다. 풍광에 빠져 잠시 잊은 게 있다. 저 멀리 형제섬이 보이고 나로우주센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해상으로 17km 직선거리다. 망원경으로 발사대를 조명했다. 보슬비가 내려 망원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루어 짐작한 곳에 눈을 고정했다. 어제 저곳에서 누리호가 우주로 날아갔다는 생각에 초점을 맞춘 그 언저리에 보슬비인지 눈물인지 눈가가 촉촉하다. 

다도해 섬들과 나로우주센터에도 어둠이 막 내려앉는다. 못다 이룬 내 꿈을 하늘 높이 쏘아 올리는 사이, 하늘에 하나 둘 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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