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하면 월요병이 없을 것 같죠?
늘 재택근무라 월요병이 없을 것 같지만, 이런 나도 늘 월요병이 있다.
일요일 저녁이 되면 월요일부터 이어질 업무에 마음이 초조해지고, 터지지도 않은 문제들을 머릿속에 잔뜩 끓어 안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면 드디어 월요일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월요일의 공통점은 클 것이라고 걱정했던 문제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던 문제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예상보다 훨씬 더 차분한 월요일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걸 알면서도 매일 일요일 밤에는 월요병을 늘 안고 있다.
간단히 내 소개를 하자면, 현재 나는 외국계 회사를 다니고 있다.
APAC의 헤드쿼터인 싱가포르 소속으로 일하고 있기에 국내에서는 따로 오피스에 의무적으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아, 물론 가끔 출근은 한다. 회사에서 마련해준 공유 오피스에 업무 집중을 위해 혹은 고객사와의 미팅을 위해 출근하지만, 그 또한 일주일에 1번 혹은 2주에 1번으로 많지 않다. 공유 오피스에 출근해도 상사나 동료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가끔 1-2명의 동료가 있을 때도 있다), 거의 혼자 스터디 카페에서 일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이런 내 모습을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심지어 내 남편도 나에게 본인이 원하던 삶을 살고 있다며 부러워한다. 솔직히 말해서 편하긴 하다. 누군가 나를 바로 옆에서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업무 이외의 시간,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사회생활을 하며 웃기지 않은 농담에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굉장히 편하다. 이 외에도 급한 일이 없다면 은행 업무나 병원 방문과 같은 내 볼일을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해야 하고, 업무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여전하다. 또한 한국의 노동법에 보호를 받고 있는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내 역할을 잘하지 못하면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감도 늘 갖고 있다. 그리고 집에서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은 가끔 출퇴근을 명확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단점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물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은 있으나, 그래도 본사와 연락할 일이 있거나 다른 국가의 지사와 연락하다 보면 밤 10시에도 내 업무 시간이 된다.
이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나의 4번째 회사에서 어느새 나는 2년째 재택근무로 일 하고 있다. 총 만 6년, 햇수로는 7년째인 길지 않은 커리어에서 벌써 4번째 회사에서의 2년은 꽤 긴 시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올해 7월 말 남편과 나는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인해 스페인으로 떠나게 되었다. 일은 어떡하지? 감사하게도 현재 회사의 배려로 나는 내 업무를 해외로 가져가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잘 해냈던 재택근무, 과연 스페인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까?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지만, 평소의 나대로 일단은 한번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