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때는 잘 쉬긴 해야 하는데....
조금 늦은 업데이트지만, 작년 여름에 겪은 유럽의 휴가 기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작년 여름 어느날 문득 장보러 나가다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를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굉장히 짙게 탄 피부가 누가봐도 ‘나 휴가 다녀왔어요’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해변가에 누워 푹 쉬며 충분히 재충전을 하셨는지 표정도 평소보다 더욱 밝아보이셨다. 내가 스페인어를 조금만 할 줄 알아도 수다를 떨었을텐데…이럴때는 정말 스페인어를 못하는게 천추의 한이다. 그렇지만 배울 엄두는 여전히 내지 못한다. 여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걸 보며 유럽 사람들에게 도대체 휴가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서 겪은 유럽인들의 휴가에 대한 에피소드를 간략히 풀어보고자 한다.
유럽계 회사 정확히는 프랑스 회사에서 일하며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유럽인들은 7월말에서 8월이 되면 하나같이 다들 최소 2주에서 한달을 휴가를 간다는 것이다. 회사에 따로 여름 휴가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몸소 그 긴 기간동안 연차를 소진하며 다녀온다. 한국인들에게 최대 2주의 휴가는 신혼여행이 아닌이상 쓰기 쉽지 않은데, 이런 유럽인들을 보며 부럽기도하고, 인생은 역시 저렇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회사 밖에서 볼 수 있는 시각이고, 회사 내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황스럽다. 8월 중에 고객사에 급하게 전달해야 하는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파리 본사에 메일을 보내면, '현재 휴가 중이오니..... 몇월 며칠에(2주뒤 혹은 3주뒤 등...)돌아올 예정이니 그때 답변할 수.......블라블라' 와 같은 자동메일이 내 메일함으로 들어온다. 이걸 보는 순간 정말 등골이 서늘해진다. 나는 한국의 거래처에 과연 뭐라고 해야하는 것인가. 고객사에서 이 상황을 과연 이해할 것인가 라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 된다. 다행히 요즘에는 한국인들도 여름 휴가를 길게 가는 경우가 많고 외국계 거래처와 많이 일한 경험이 있는 고객사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이해해주시기도 한다(아니면…티를 안내시는 건가…?). 그래도 고객의 요청에 늘 빠르게 응대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는 세일즈 매니저로서 이러한 긴 휴가는 늘 고민거리가 된다. 다소 늦은 응대로 인해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연 누가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잘잘못을 따지기는 사실 어렵고, 실은 뭐 잘못도 아니다. 각자의 사정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아쉬울 때가 종종 있긴하다. 그렇지만 앞서 말한 우리 경비아저씨의 기분 좋은 얼굴을 보면 그래도 1년에 2-3주 정도는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남편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보니(역시나 둘이 같이 사는데는 이유가있다. 남편도 아저씨의 짙게 탄 피부를 보고는 수다를 떨었다고 하더라..) 경비 아저씨가 바르셀로나 근처에 자주가는 해변가가 있는데 매년 그곳에서 긴 휴가를 즐기고 오신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는데 기분이 좋았다. 우리 아파트는 여러명의 경비아저씨가 8시간씩 교대로 24시간 근무를 서는 곳인데, 말이 쉽지 이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그렇게 1년에 한번 씩 푹 쉬고 업무 상의 피로를 해소하고 오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우리 부모님 연세이기도 하고 한분한분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기에 좀 더 삶을 즐기시는 분들이었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으로 다시 한국의 사정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여름 휴가를 가지만 실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2-3주의 긴 휴가를 가는것은 쉽지 않다. 어떠한 서비스라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하는 한국인의 사정상 쉽지않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도 이런 여유를 갖는다면 개개인의 행복 지수가 조금은 더 올라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빠르고 정확한 것도 좋지만, 한번 사는 인생 뭐 있나, 행복하게 사는거지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긴 휴가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