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들었던 회사를 그만두고, 커리어의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며.
자주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글을 작성하며 해외에서 외국계 회사를 재택으로 근무하는 일상을 올리고 있었는데, 실은 작년 말에 갑작스럽게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다. 예전부터 그리던 계획적인 퇴사는 아니지만, 1년 반정도 남은 스페인 생활을 더 알차게 보내고 오래전부터 계획한 가족계획도 꼭 이뤄내고자 아쉬우면서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 계획한 가족계획도 계획대로 되어 현재 임신 중에 있다.
임신 초기에는 입덧과 같은 여러 임신 증상으로 인해 컨디션이 늘 좋지 않아 하루하루 잘 살아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때 퇴사를 결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컨디션으로는 절대 일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과 또 어떻게든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공존했다. 분명했던 것은 힘들긴 힘들었을 것 같다. 모든 출근하시는 예비 엄마들 모두 존경합니다!), 이제는 중기에 접어들며 컨디션이 제법 좋아져 퇴사 후 생각했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하나씩 실현해보고자 한다.
일단 퇴사 당시 내 계획은 당분간은 임신에 집중하고, 임신이 된 다음에는 파이썬이나 타블루와 같이 추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툴(Tool)들을 공부하는 것이었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임신으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생각보다 내가 계획한 공부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문득 출산 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기를 낳고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원래 일하던 업계로 다시 재취업을 하는 것을 생각했다. 이직은 많이 해봤고, 그동안 쌓아둔 커리어도 자신 있었기에 취업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득 그럼 아기는 누가 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린이집에 맡기고 어린이집 외에 시간에는 아기를 돌봐주시는 분을 고용할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어린이집 방학이라던가 아기가 급작스럽게 아픈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이 육아휴직 쓰는 것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상황에 따라 쓰기 어려울 수도 있어 더욱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나도 남편도 아기로 인해 각자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 외에도 남편의 회사 특성상 몇 년 뒤 다시 해외 주재원 생활을 해야 할 수도 있었다. 그럼 또 해외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도 찾아야 할 텐데 과연 쉬울 것인가 라는 생각도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런 생각 끝에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개인 회사 창업이었다.
거창하게 말하면 창업이지만 동시에 프리랜서와 같이 일할 계획도 생각해 내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단순히 아기를 좀 더 유연하게 돌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실은 이번 회사를 그만둘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바로 내 파이프라인과 성과를 두고 회사를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3년 이상 세일즈로 회사에서 일하며 많은 거래처를 알게 되었고, 이러한 거래처들을 통해 많은 성과도 이뤄낼 수 있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나 스스로 이룬 성과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회사의 제품을 판매하며 얻은 거래처와 성과였기에 그것들을 모두 내 것으로 가지고 나올 수는 없는 것이다. 마치 최근에 유명 아이돌 프로듀서가 본인이 만든 아이돌 그룹에 강한 애착을 갖고 본사와 척을 지는 사건과 비슷하게 볼 수 있다. 회사에서 내가 만든 성과지만 한편으론 회사의 자본으로 이뤄낸 것이기에 그 성과가 내 것이 아닌 회사의 소유인 것이다.
이와 같은 아쉬운 마음이 생각나며 어쩌면 내가 직접 내 회사를 차리거나 프리랜서로 혼자 일하며 오롯이 내가 만든 나만의 성과를 갖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여기에 당연히 재택으로 일할 수 있기에 육아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물론 이렇게 일한다 하더라도 아기를 봐주는 분을 따로 고용해야 하지만 적어도 비상상황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일단 여기까지의 마음이 들자 창업 쪽으로 마음이 급속도로 기울었고, 출산 후 원활한 업무 시작을 위해 출산 전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8년 넘게 회사를 다니기만 해 봤지 이런 창업은 처음이기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단 주변에 조언을 구해보기 시작했다. 동종업계 지인들에게 연락해 프리랜서로 일한 경험이 있는지 혹은 대행사를 차려본 경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이렇게 조언을 얻었다 하더라도 엄청난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일단은 차근차근 최선을 다해서 시작해보려 한다. 뭐 안되면 그냥 다시 회사로 가버리지 하는 마음도 있고 말이다.
앞으로 프로재택근무러의 연장을 위한 나의 창업 과정에 대해 찬찬히 써보려고 한다. 그 과정이 무조건 성공할 거란 생각은 없고 오히려 시행착오가 많아 나중에 보면 창피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 생각은 그래도 여태껏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까지 어느 길도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갔던 길은 없어도 결국 나에게 가장 맞는 방향으로 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