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골에서의 고부 일지

28년 만의 권력 이동 1

by 애주

이 무슨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어머니 연세 56세에 나는 어머니의 며느리가 되었다.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어렵기만 한 시댁

강아지를 들이면서도 털이 뽀얗고 이쁘장한 걸 고르고 고르셨는데...

'나는 며느리 인물은 안 보고 착한 것만 봤다'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다.

28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내 나이 56세에 어머니는 치매와 저장 장애가 있어 홀로 살림할 능력이 안 되어 우리와 같이 산골로 귀촌하셨다.

다행히 300여 평의 대지에 14평 집이 있는 걸 사서 그 공간에 어머니가 사시고 바로 옆에 2층으로 우리 공간을 지었다.

세 식구 살면서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사는데

부부라도 이렇게 공간 분리하는 거 적극 추천한다.

30년을 살았어도 해결되지 않는 변기 올리니 내리니 싸울 것도 없고 TV 채널권도 1인 1 채널이다.

어머니 역시 전기장판 밑에 화장지 넣어 두기 변기물 안 내리기

걸레와 행주 구분 안 하고 사용하기

사용한 화장지도 안 버리고 모아 놓기

봉투마다 화장지와 커피 믹스 수건 한 개씩 넣어서 보따리 10개쯤 만들어 놓기 등등

치매 노인의 특성을 한 공간에서 보고 있으면 내 친정엄마라도 힘들일인데 시어머니는 말해 무엇하랴.

처음 모시고 와서 목욕을 거부하시고

옷을 안 갈아입으셔서 남편에게 요양보호 서비스받게 신청하자고 하니

우리 엄마 치매가 아니고 건망증이라고

왜 엄마 말도 안 들어보고 당신 맘대로 신청하냐고...

그래서 내가는 절대 신청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래.당신 엄마 치매라고 하면 당신 엄마 암이라는 강도의 충격이라니

속넓은 내가 이해하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