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의 고부 일지

장기요양보호 서비스 재신청 5

치매 증상은 매일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옛날 일을 세세한 부분까지 다 기억하니 오히려 총기 있다고 할 수가 있는데

매번 같은 사건을 반복해서 말하시니 장기 기억에 콕 박혀 어느 순간이라도 그대로 인출할 수가 있다.

반면 금방 저녁 식사를 드시고 밥 언제 먹냐고 물어보시고 의심 증상이 심해져 내가 밖으로 나가면 어머니 공간에 갈까 봐 식사하시다가도 따라 나오신다.

요 며칠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지셔서 섬망 증세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장 봐 왔냐고 재촉하시고

대변 실수까지 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더니 치매약을 처방해주며 왜 이제야 왔냐고 하신다.

난 속으로

'남편이 즈그 엄마 치매 아니래요..'

다시 국민건강보험에 서비스 신청하여 재심사하러 나왔다.

첫 심사에서는 어머니의 존엄성을 생각해서 어머니 면전에서 어머니가 손수 하실 수 있는 게 한 가지도 없다고 말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나도 살아야겠기에 대변 실수와 섬망증세 와 목욕 안 하시려고 하는 것 등 줄줄이 말했다.

남편도 우리가 해 내기엔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지 어떻게든 서비스를 받으려고 강하게 어필했다.

국민건강보험에서 직원이 나와 심사하고 이튿날 치매약을 처방받은 병원에 가서 소견서를 건강보험 공단에 보낸 후 지난 12월 30일 일주일 만에 심사 결과가 나왔다.

장기요양 등급 4등급

요양보호사 2시간 이상, 방문목욕 일주일에 1회씩 월 4회를 이용할 수 있다.

월 지원되는 장기요양급여비용 1,166,280원에

본인부담금은 15% 20만 원이 되지 않는다.

퇴직하고 귀촌하여 어머니와 합가하고 둘이 여행 한번 못 가고 자잘한 일련의 사건들로 부부 사이마저 피폐해진 것 같다.

난 며느리이고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를 공부해서 객관적으로 보는데 남편은 너무 힘들어한다.

거기다 내 눈치까지 봐야 하는 입장이니

평생 일하다 퇴직하여 이젠 자전거 타고 여행 다니며 살려고 했는데 어머니 봉양에 발목 잡힌 저 남자에게 연민이 생긴다.

우리 이제 요양보호사님 오시니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기겠구나.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