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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연 Jul 30. 2024

정답이 있으면 좋겠다

2024년 7월 30일


안녕하세요! 하연입니다.

요상했던 날씨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어요. 한 2주 만에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왜 글을 쓰고 싶지 않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안 좋은 일들이 겹쳐 일어나 무기력한 상태가 계속되었네요. 저희 강아지 라떼는 말티즈 15살 노견이에요. 이별 준비를 시작한 지 벌써 1년 정도 되어가요. 2023년 5월, 태어나서부터 한 번도 밥을 거르지 않던 라떼가 느닷없이 모든 음식을 거부했던 날이 있었어요. 급하게 동네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알려주셨어요. 라떼의 병은 폐염전. 보통 대형견들에게 발생하는 병인데 이 조그만 강아지가 얼마나 짖어댄 건지 폐가 돌아가 괴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네요. 큰 수술을 마치고, 한 번의 고비도 넘기고 기적처럼 살아나 1년을 훌쩍 넘겨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하루하루 다르게 점점 나빠지는 상태를 보니 제거하지 않은 다른 폐들도 이제 기능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가족은 얼마 전 또 선택의 갈림길에서 라떼를 살리는 쪽을 선택했어요. 부작용이 심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했고, 라떼는 스테로이드 약 없이 숨을 제대로 쉬지도 걷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어요. 그런데도 저희 가족이 이런 결심을 했던 건 라떼의 멈출 수 없는 식탐 때문이에요. 팔다리 힘이 풀려도 먹으려는 의지 하나는 끝내주게 좋아서 기어서라도 먹으려는 라떼를 보면서 아직은 살고 싶은가 보다, 더 먹이다가 보내주자. 하며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어떤 선택이 옳은 걸까요? 정해진 정답이 있으면 좋으련만, 강아지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삶이라면 좋으련만, 자꾸만 뒤돌아보는 날들이 많아져요.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요? ’이제 그만 해도 괜찮아.‘, 아니면 ’더 살고 싶어.’


어느 날은 문득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넘쳐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우는 날이 있어요. 당장이라도 떠날 듯한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쥐고 있던 강한 의지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요. 옆에 있을 때 슬퍼하면 라떼가 눈치챌까 봐 몰래 밖에서 우는 날도 있고요, 슬픔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라떼를 잊으려고 한 적도 있어요. 10대, 20대, 30대를 함께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일은 참 어렵네요.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이름을 불러줘야겠어요. 그리고 너무 슬퍼하지 않고 잘 견디는 법을 계속 찾아보려고요.

 


이번 그림은 먼저 하늘나라로 올라간 쪼꼬예요. 쪼꼬는 저희 작업실을 같이 쓰고 있는 멤버 강아지인데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갔어요. 라뗴와 쪼꼬는 실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먼저 하늘로 올라간 쪼꼬가 든든히 우리를 지켜보다가 라떼가 하늘나라로 가면 반겨줄 것만 같아요. 둘이 서로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고 ㅎㅎㅎ 그러다가 가끔 꿈에 나와서 ’ 누나! 나 잘 도착했어! 여기 엄청 좋아.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고, 이제 하나도 안 아파!‘라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어요.


너무 두서없이 말이 길어졌네요! 아무쪼록 온 세상 댕댕이들 덥고 습한 여름 잘 견뎌내고 건강히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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