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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돈과 이인수

뉴턴 vs 아인슈타인

by Neutron

물리학을 연구하는 내 친구 정유돈과 이인수가 다투고 있었다. 정유돈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고 독립적이며 모든 물리현상은 관측자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측정된다.' 그에 반하여 이인수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시간과 공간은 상대적 개념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물리현상은 관측자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


한 번은 사과가 지면으로 떨어지는 현상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 정유돈은 모든 물체는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 질량이라는 것이 자석과도 같아서 서로 끌어당긴다고 주장한다. 사과도 질량을 가지고 있고 지구도 질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끌어당기는 것이 당연한데, 지구의 질량이 사과의 질량에 비해 어마무시하게 크므로 사과가 지구를 향해 운동하는 반면 지구는 꿈쩍도 안 하는 것이다. 가속도라는 것이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질량의 크기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유돈의 논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과가 지구로 떨어지는 현상은 말할 것도 없고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현상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현상까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인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빛이 질량을 가진다고 생각하니?" 이인수가 물었다.


"당연히 빛은 질량이 없지..." 정유돈이 대답하였다.


"너의 만유인력 계산식에 의하면 인력은 두 질량의 곱으로 표현되지. 만약 그 두 질량 중 하나라도 0이라면 인력은 작용하지 않게 돼. 그런데 중력에 의해 빛이 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이인수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되물었다.


"빛이 휜다고...?" 정유돈이 놀라서 물었다.


"아서 에딩턴이라는 사람이 개기일식 때 태양 뒤에 가려진 별을 관측했어. 빛이 직진했다면 태양에 가려 볼 수 없는 별이 보였다는 것은 빛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휘었다는 증거야." 이인수가 차분히 설명하였다.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면 나의 만유인력 계산식은 틀인 것이 되어버리는데..." 정유돈은 절망하였다.


이인수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연구한 바로는 질량은 중력장을 만들고, 중력장이라는 것이 공간과 시간을 휘게 만들어. 빛은 휘어진 시공간에 따라 이동하는 것처럼 보일 뿐, 빛이 스스로 방향을 바꾸거나 휘어지는 것이 아니야. 사과도 휘어있는 시공간에 가만히 있는데 옆에서 보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뿐, 지구와 서로 당기는 것이 아니야."


이인수는 빛의 속도가 이 우주에서 가장 빠르고 이 속도를 능가하는 어떠한 속도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유돈은 이 말에 정면으로 반박하였다.


"내가 아주 빠른 우주선을 타고 가면서 앞으로 빛을 쏜다면 그 빛은 우리가 알던 속도보다 훨씬 빠를 거야. 빛은 알갱이이므로 속도의 합법칙이 적용되는 게 당연하지."


이인수는 이 또한 실험 결과를 증거로 들며 반박하였다.


"마이켈슨과 몰리의 실험에 의하면 지구의 공전 방향과 그에 수직인 방향으로 빛을 쏘았는데 동일한 거리를 이동하고 반사되어 돌아온 두 빛은 동시에 도착했어. 만약 빛에 지구의 공전 속도가 더해졌다면 이 방향 빛의 속도가 더 빨라야 하고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나타나야 했는데 아무런 간섭무늬도 생기지 않았지. 이후에도 많은 과학자들이 보다 더 정밀한 방법으로 유사한 실험을 하였으나 그 누구도 간섭무늬를 발견하지 못했어. 이 실험으로 빛에는 속도 합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어. 맥스웰의 전자기파 파동방정식에서도 빛의 속도가 상수라는 결론이 나와."


이인수는 빛의 속도가 관측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측정되지 않는 절대적인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로 인하여 나와 상대적인 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시계의 시간이 느리게 가고 물체의 길이가 짧아진다고 주장하였다. 심지어 질량도 증가하는데 속도가 빠를수록 질량 증가는 커지고 빛의 속도에 근접하면 질량이 무한대가 된다고 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를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했다. 에너지를 받으면 질량이 증가하고, 질량도 에너지로 바뀔 수 있는데 이로써 질량은 에너지와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고도 말했다.


정유돈의 머리는 복잡해졌고 지금까지의 연구가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옆에 있던 이인수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슬퍼할 것 없어. 우리는 끝이 없는 해변에 펼쳐진 광활한 모래사장 위에서 조금 더 이쁘고 빛나는 조개껍질을 주우려 돌아다니는 어린아이와도 같아. 너도 너만의 이쁘고 빛나는 조개껍질을 주웠잖아. 그것만으로도 너는 행복한 거야."



P.S. 실제로 뉴턴은 빛의 입자설을 믿었고 광자의 질량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뉴턴이 빛의 질량이 0이라고 기술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빛의 정지질량이 0이라는 것은 현대과학에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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