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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의 역설 (Twin Paradox)

by Neutron

빛의 속도가 절대적이고 관측자의 상태에 상관없이 동일한 속도를 가진다는 기본 가정으로부터 나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내 친구가 우주선 밖에서 본 나의 시계는 천천히 움직이고 우주선 안의 모든 운동은 슬로모션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내가 내 친구를 바라볼 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내가 우주선 안에서 우주선 밖에 서있는 친구를 보면 그가 우주선 반대 방향으로 v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가만히 서있고 내 친구가 움직이는 것과도 같으므로 내가 볼 때 내 친구의 시계가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내 친구가 내 시계를 볼 때는 내 시계가 천천히 움직이고 내가 내 친구의 시계를 볼 때는 내 친구의 시계가 천천히 움직인다. 누가 맞는 것인가? 결론은 둘 다 맞다. 시간은 상대적인 물리량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빛의 속도만이 절대적이라는 명제를 받아들인 순간 우리는 빛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들이 상대적이라는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운동을 하는 둘이 서로를 바라볼 때 남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는 사실을 부정하고자 만들어낸 설정이 '쌍둥이의 역설(Twin Paradox)'이다. 얼핏 보기에 이 역설은 그럴 듯 하지만 상대성이론을 부정할 근거는 없다. 쌍둥이의 역설은 다음과 같다.


지구에 살고 있는 쌍둥이 중 형이 우주여행을 떠났다. 동생은 지구에서 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는데 동생이 보기에 지구를 떠난 우주선의 속도가 빠르므로 형의 시간은 자신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간다. 몇 년을 기다리는 동안 동생은 나이가 들었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형은 나이를 거의 먹지 않았다. 결국 동생이 형보다 더 늙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앞에서 언급한 시간 지연 효과로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우주여행을 떠난 형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다. 형의 입장에서는 동생이 자신에 대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고 동생의 시간이 자신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흐른다. 그래서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갔을 때 자신이 동생보다 더 늙어 있었다. 동일한 한 가지 사건에 대하여 다른 결과가 만들어졌다. 이 쌍둥이의 역설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상대성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모든 계는 등속운동을 하고 있어야만 한다. 가속도 운동은 특수상대성이론의 범위를 벗어난다. 지구를 떠난 우주선이 다시 지구로 돌아오려면 그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데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가속도 운동을 했다는 말과 같다. 특수상대성이론만을 논한다면 두 쌍둥이들은 서로 만날 수 없다.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또, 일반상대성이론을 도입하면 더 큰 중력을 경험한 쪽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났다 돌아온 형은 분명 지구 중력가속도보다 더 큰 가속도를 경험했을 것이므로 형 쪽의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가속도와 중력을 구분할 수 없다. 그래서 몇 년 후 지구에서 재회했을 때는 동생이 더 늙어있어야 맞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았다면,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 근처에서 단 몇 시간을 보낸 주인공 쿠퍼가 딸 머피를 만나는 장면이 기억날 것이다. 딸은 이미 90살을 넘긴 할머니가 되어 있었고 죽음에 이르러 그렇게 그리던 아버지와 조우하게 된다. 블랙홀은 질량이 아주 크고 크기가 아주 작은 즉, 밀도가 매우 큰 별이다. 블랙홀 주변의 중력은 상상을 초월하며 이곳의 시간은 중력이 약한 곳의 시간보다 훨씬 천천히 흐른다. 그 중력의 차이가 아빠와 딸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도록 만들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아니라 질량에 의해 발생하는 4차원 시공간의 곡률이다. 공간만 휘어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휘어있다. 시공간의 휨은 중력이 클수록 더 심해지고 이곳에서 시간은 더 천천히 흐른다. 중력장의 개념에서 보면 지구 중심으로 갈수록 중력이 커진다. 반대로 지구 표면에서 멀어질수록 중력이 작아진다. 고층아파트의 저층에 사는 사람들의 시간은 꼭대기 층에 사는 사람들의 시간보다 천천히 흐른다. 1초라도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기반으로 한다면 아파트 저층의 가격이 고층보다 높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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