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아름다운 언어다. 우리는 한국어를 통해서 우리의 생각을 효과 있게 전달할 수 있고, 남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문학작품 속 한국어는 그 자체로 예술이 된다. 한국인이라면 우리말을 태어나서부터 배우고 자라면서 숙달한다. 우리는 태어나서 엄마, 아빠의 단어를 처음 접하고, 학교, 친구의 단어를 쓰며 자라며, 황혼, 회한이라는 단어와 함께 죽는다.
언어는 한 사람이 그 사회에서 남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을 준다. 언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갖게 된다. 언어의 오용은 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사람들 간의 반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언어는 생각의 전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한국인끼리만 사는 사회가 아니다. 해외의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에 살고 있으며, 우리도 해외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과 소통해야 한다. 우리가 그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이 우리가 쓰는 언어를 배우던지, 우리가 그들이 쓰는 언어를 배워야 한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매우 힘들다. 단어도 알아야 하고, 문법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배운 외국어를 써서 외국인과 말이라도 한마디 주고받으면 그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배운 단어와 문법이 정말 효과가 있구나 하는 신뢰감이 생기고, 외국어 공부에 더 정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수학도 언어의 한 종류이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공통의 언어다. 숫자라는 단어와 기호라는 문법을 통해서 본인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언어는 매우 논리적이어서 암기해야 하는 단어와 문법은 그리 많지 않으나, 그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논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역추적으로 원래 말하고자 했던 단어를 알아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것을 방정식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수학을 통하여 역사적인 학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들이 하려고 했던 말은 수학 방정식을 통하여 표현된다. 예를 들어,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뉴튼이 하려고 했던 말은 "어떤 물체의 질량은 힘에 저항하는 물리량이고, 질량이 일정한 그 물체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여 가속된다" 이다. 그는 이 문장을 하나의 수식으로 표현하였다.
F = m x a (F : 힘, m : 질량, a : 가속도)
여기서, F, m, a 등은 단어이고, =, x 는 문법이다. 이 단어들과 문법들의 조합이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문장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아주 명확하다. 우리는 이 문장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내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본질이다.
위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단어들의 뜻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단어의 뜻을 모르거나 모호하게 정의한다면, 그 문장의 참뜻을 알아낼 수 없다. 단어의 참뜻을 이해하는 것은 여기서는 물리학의 영역이다.
경제학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V = P (1 + r)^t (V : 미래 가치, P : 투자 원금, r : 이율, t : 시간)
이 것은 복리에 의하여 투자 원금이 미래 구간에 얼마의 가치를 가지는 지 계산하는 식이다. 이 문장은 힘과 가속도에 관한 문장보다 약간 더 복잡하다. 제곱 (^)이라는 문법이 추가되었다. 우리가 이 제곱이라는 문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문장이 의미하는 것을 영원히 알아낼 수 없다.
이처럼, 수학은 단어와 문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언어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수학의 단어와 문법은 여타 다른 언어와 달리 예외가 없다. 오해의 소지가 없다는 말이다. 수학에 있어서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은 단어와 문법의 공부이다.
수포자라는 말은 있어도 영어 공부를 포기한 영포자라는 말은 없다. 우리는 영어는 나이가 들어서도 공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성취도에 차이가 있을 뿐, 만학의 70세 어르신들도 학원을 다니며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학은 왜 어린 학생들만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수포자들이 더 이상 수학 공부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단어와 문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영어를 공부하듯이 단어와 문법을 차근차근 공부하다 보면 수학 실력도 향상된다. 심지어 영어를 배울 때보다 훨씬 더 큰 행복감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어를 배워서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읽고 영감을 받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수학이라는 언어를 배우면 아름다운 과학 이론과, 심지어 수학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