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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Got The Blues

게리무어의 블루스

by Neutron

음악을 왜 듣느냐고 하는 물음은 다소 어리석은 질문일 수 있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이유는 아주 다양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노랫말에 꽂혀, 어떤 사람은 멜로디가 좋아서, 어떤 사람은 흥겹고 신나서, 또 어떤 사람은 일이나 공부를 할 때 습관적으로 음악을 듣는다. 심지어 위에 열거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특정 곡에 빠져들기도 한다. 학창 시절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기타 소리를 들으려고.'


학창 시절 나는 기타에 빠져있었다. 기타 줄이 튕겨지며 나오는 맑은 소리에서부터 무거운 디스토션 사운드까지 현악기가 만들어 내는 다채로운 소리의 색깔이 내 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유명 기타리스트의 환상적인 소리를 내가 재현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기타를 시작했고, 그 소리가 나의 손에 의해 재탄생되는 희열을 맛보며 기타를 연습했다. 손가락 끝에 물집이 잡히고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굳은살이 박일 때쯤 나는 게리무어의 명곡을 흉내 낼 수 있었다.


기타의 울부짖는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아주 슬프고 블루지한 음률을 기타로 표현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특히 깁슨(Gibson)을 대표하는 레스폴(Les Paul) 계열의 기타는 그 사운드가 블루스와 딱 들어맞는다. 블루스는 미국으로 강제 이주 당하여 노예로 살던 흑인들의 애환이 담긴 음악이다. 그 음악에는 흑인 특유의 흥과 한이 서려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블루스의 음률을 기본으로 미국의 Rock이 생겨났다. 블루스는 Rock의 아버지이다. 이 Rock은 헤비메탈로 발전되었고, 그 주된 사운드는 기타이다.


내게 처음으로 블루스의 맛을 보게 한 음악가는 게리무어였다. 게리무어(Gary Moore, 1952~2011)는 아일랜드 태생으로 서정적인 Rock을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었다. 내가 기타를 연습하던 시간만큼은 게리무어가 선생님이자 우상이었다. 천재는 박명이라던가. 갑작스러운 게리무어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나는 깊은 슬픔을 느꼈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그를 추모하며 그에게 바치는 헌정 공연이 이어졌다. 그 헌정 공연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었던 곡이 바로 'Still Got The Blues'이다.


인생 최애 앨범을 꼽으라면 나는 게리무어의 'Still Got The Blues'를 가장 먼저 내놓겠다. 내 인생에도 한이 많은 지 이 곡은 나와 잘 맞았다. 후반부 심금을 울리는 기타 솔로를 반드시 연주해 내고 말리라는 목표로 나는 기타 연습을 계속하였다. 부족하지만 그 흉내를 낼 수 있었고 대학교 과축제에서 첫 공연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인 밴드를 구성하여도 공연을 하였다. 오로지 내가 밀어붙여서 우리 공연에서 빠지지 않았던 곡이 이 곡이었다.


음악의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양하지만 나는 게리무어를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의 음악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특히 블루스 특유의 흥겨우면서도 슬픈 음률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한 번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https://youtu.be/HtmV2I4Fl7Q?si=OB39VOQmT8anglC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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