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열리는 병뚜껑 열기
딸기잼은 먹기 힘들다. 잼이 담긴 유리병에 금속 뚜껑이 덮여있는데 병과 뚜껑 사이에 묻은 잼이 굳어있어서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리지가 않는다. 뚜껑이 열리지 않는다고 잘 구워진 식빵을 딸기잼 없이 먹을 것인가? 이건 비극이다.
물리학을 공부하면 좋은 점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뚜껑을 쉽게 열 수 있을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병뚜껑 가장자리를 숟가락으로 빙 돌아가며 가볍게 톡톡 쳐보자. 숟가락을 통해 금속 병뚜껑에 전달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하면서 유리병과 병뚜껑 사이에 굳어있는 소량의 잼을 녹여준다. 잼이 녹으면 점도가 낮아져 뚜껑을 돌리는 마찰력을 줄여준다. 점도란 끈적끈적한 정도를 말한다. 그래도 열리지 않는다면 잼이 아주 단단히 굳어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 잼의 점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종 재질의 열팽창률이 다름을 이용하는 것이 그다음 방법이다. 열팽창률이란 어떤 물질에 열을 가했을 때 부피가 커지는 정도를 말한다. 모든 물질은 분자나 원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 분자나 원자는 다양한 형태의 힘으로 서로 결합되어 있어서 그들이 결합되어 있는 구조에 따라 열팽창률이 달라진다. 유리병은 일반적으로 소다-석회 유리로 만든다. 이산화규소(SiO2) 분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영 유리에 몇 가지 첨가물을 넣어 강도를 높인 유리이다. 병뚜껑은 주로 주석 도금 강철로 만든다.
석영 유리의 열팽창률은 9~10 x 10^-6 /K이고 강철의 열팽창률은 11~13 x 10^-6 /K이다. 열팽창률의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두 물질을 동일 온도만큼 상승시키면 실제 늘어나는 부피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병뚜껑만 국부적으로 가열하면 유리의 부피 팽창은 거의 그대로인 채 강철의 부피 팽창만 두드러지게 된다.
온수를 틀어놓고 잼이 든 병을 약간 기울여 병뚜껑에만 물이 닿을 수 있게 적셔보자. 또는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병뚜껑에만 물이 닿을 수 있도록 조심스레 흘려보자. 한 10초 동안 온수를 흘린 후에 뚜껑을 열어보자. 신기하게도 그렇게 열기 힘들었던 뚜껑이 아무렇지도 않게 열릴 것이다.
뜨거운 물의 열에너지가 금속 뚜껑의 분자 진동을 증폭시켜 분자 간 평균거리를 멀게 하였고, 이 이유로 뚜껑의 부피가 커져 유리병 입구와의 간격이 벌어졌다. 또, 그 열에너지는 굳어있는 잼의 점도를 낮추는 작용도 하였을 것이다. 이런 지식을 응용해서, 어떤 뚜껑이던 국부적으로 가열만 하면 쉽게 열 수가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