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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ug 11. 2021

회사에서 친구를 바라지는 말자

   행복론에는 여러 척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그중에 꼭 1순위는 아닐 수 있지만 높은 우선도를 가지는 요소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연인, 배우자, 가족, 혈연, 친구, 지인 등 인간관계에도 다시 다양한 요소가 얽혀있지만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친구 및 지인, 직장 동료 등의 범주에 한정 지어 보고 싶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대략 이런 의미가 담긴 문장인데,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식의 유사한 문장은 꽤나 많다. 그렇기에 누구나 살면서 들어봤을 표현이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극한의 힘든 일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사회적 존재라는 인간에게 있어서 불만족스러운 인간관계라는 것은 극한의 힘든 일과 월드컵을 해볼만큼 큰 역경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보다 몇 살 많고 유사회사에 조금 더 먼저 들어온 자가 있다. 이 자는 그야말로 괴멸적인 인간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 사람이 싫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어 퇴사한 직원이 최소 3명이고, 이젠 거의 근속연수가 10년을 바라볼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자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자와는 초기에 같은 사무실에 있었어서 교류가 약간은 있었는데 내게 충고랍시고 한 말이 꽤 걸작이라 기억하고 있다. 당시 나는 나이로는 2~3살 더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냈는데, 그 눈엔 어떻게 보이셨는지 사람은 진중함이 중요하다며 훈수를 두었던 적이 있다. 글쎄, "나보다 모자란 모두(이 판단기준 또한 매우 자의적이고 허접했다)를 왕따 시키겠다"는 자세로 사는 사람이 가진 자신의 진중함이라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 대인관계가 하도 개판이라 적대하는 자가 대다수인 주제에(그나마 나머지도 접점이 없거나 해서 중립 상태) 진중함이니 어쩌니 하길래 우스꽝스러웠지만 그냥 적당히 웃어넘겼던 걸로 기억한다.


   그자가 말한 진중함이란 건질만한 것이 없었고 설득력도 없었지만, 관계에 대해서 약간의 환기는 했을지도 모르겠다. 뭐 그 자의 수준으론 그저 자기보다 나이 어린 자들이랑 연장자 취급 못 받으니 잘못된 것이라는 식으로 편협하게 생각해서 한 말이라 생각은 하니 그 말 자체에는 영향력이 없었지만, 어찌 되었건 접수된 것들에 대해 한 번은 짚고 넘어가는 것이 내 성격이다 보니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되었던 것이다.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 일지, 나만의 개인적인 것일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봤을 때 진중함에 대한 헛소리는 배제하고 내 태도를 돌이켜봤을 때 나는 친한 동료라기보단 그들을 친구라며, 내 직장 동료들을 생각하고 대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운 좋게 불상사는 많지는 않았지만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고, 돌이켜보면 부끄러운 행동도 했던 것 같다. 동료와 아무리 친하더라도 동료인 것이지,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꽤 필요했던 것 같다.


   일단 직장 동료와의 관계라는 것에서 사이가 좋다는 요소는 2차적인 것이다. 회사일을 하다 보면 사교적 스킬이 필요하겠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즉 일을 하기 위해 모였고, 일을 하는데 수월함이나 그런 것을 위해 친해지는 것이 나중에 뒤따를 수 있는 것이다. 이 반대는 모양이 이상해진다. 직장 동료라는 관계는 다른 인간관계들과는 꽤 다르다. 가족, 연인, 친구와는 다른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인간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고 해도 일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그런 드라이한 관계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반대의 극단으로 사적인 의기투합만 잘되면서 일은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무리가 있다면 회사에서는 문제만이 존재할 것이다.


   돈을 벌러 모인 것이다 보니, 그저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모인 관계와 같을 수 없다. 아마 이것이 직장 생활에 주는 스트레스의 유발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우리가 실수를 했을 때 변호를 해줄 직장 동료는 몇이나 될까? 그 행동이 그 직장동료에게 피해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 흔쾌히 그렇게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회의적인 편이다. 정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더라도 우리를 도와줄 사람은 많지는 않다. 숫자는 예시마다 약간 달라지지만 인생에 진정한 친구 1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던가, 3명 이면 성공한 인생이라던가 하는 말에서 이 숫자가 10 정도까지도 못 가는 걸로 기억한다. 10명의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 매우 성공적인 인생일 것이다. 이윤 추구를 위해 모인 동료 간에 우정을 기대하는 것은 꽤 안일한 판단일 수도 있다.


   몇몇 핵심 빌런 외에는 그럭저럭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며 유사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코로나 시국이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날아가버린 상황에서 잃어버린 직장 동료 간의 관계도 있었다. 절교를 한 지 한 1년 정도 되는데, 그때에는 상대 과실이 100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60대 40 정도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마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50대 50 정도로 수렴할 것이다. 


   당시 관계의 파국은 서로 직장 동료라는 걸 생각을 못하고 서로 친구 대하듯 해버렸던 것에서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직장 동료는 친하다는 꾸밈말이 붙더라도 친구와 동음이의어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친한 직장 동료는 친한 직장 동료일 뿐, 친구는 아니다. 안타깝게도 파국이라는 직접 경험을 통해서야 확실히 깨달았던 것이라, 이 깨달음을 줬던 관계는 박살이 난 채 끝났다. 생각해보면 친한 직장 동료 무리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 서로 등 돌린 관계가 나오다 보니 다 같이 어울리는 일 대신 파편화된 점조직 관계로 바뀌게 된 상황이다. 시국도 모임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중재의 시간도 없었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귀찮음과 내 일이 아닐 터인 다른 직장 동료들이 중재를 할 생각도 없었으니 서로 깔끔하게 등 돌리고 끝난 것이다.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는 사실 관심이 없고, 종종 오지랖을 부릴 때가 있기는 하다. 젊은 직원들이 많다 보니 친한 직장 동료를 친구처럼 생각하는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보이면 잔소리를 하고 있다. 남이 어떻게 하고 살든 뭔 상관이냐 싶은 것이 내 삶의 기본자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런 파국은 꽤나 꺼림칙한 기억이라서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것도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다.


   그래도 우정이 싹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조금 더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잠시 함께 일했던 사람의 의견은 "직장 동료는 그 직장을 떠나면 어차피 안 볼 사이가 된다"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래도 그때는 친하게 지내는 자들과는 잘 지냈던 시기라서(대신 친한 직장동료는 곧 친구다라는 안일하고 저열한 논리를 가지고 있던 시기였지만) 머 그건 당신의 입장이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그 자의 의견과 당시의 안일한 의견의 중간선쯤으로 절충된 것이 지금의 내 직장 동료 대인 관계론일 것이다.


   그래도 친한 친구보다도 더 자주 보는 사람이, 전 직장 동료이자 친한 동생으로 관계가 바뀐 반례에서 윗 문단의 주장보단 인생은 각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장이라는 장소에 공통적으로 묶이지 않게 되니 비로소 친한 동료에서 동료라는 글자는 떨어져 나가고 친하다는 것만 남게 되었고, 나는 직장을 통해서 친구를 하나 얻은 것이다.


   친한 직장 동료가 있다면 그 축복받은 상황을 만끽하되, 직장 동료라는 명사가 가진 의미를 간과하지는 말고 예의와 선을 지키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는 친구가 되지 못한다. 직장이라는, 돈벌이의 장에 메여 있는 한은. 일 자리라는 것은 변동되는 것이 더 흔하니, 자신이 이직을 하든가 아니면 친한 직장 동료가 이직을 하든 가한다면 새로운 관계의 장이 열리게 될 것이다. 보기 싫어도 출근하면 보게 되는 관계에서의 친한 것과, 보려면 보기 위해 노력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의 친한 것은 다르다. 그러니 회사에서 친구를 바라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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