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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pr 04. 2022

입사를 "축하"한다는 말은 싫어한다

   내가 다니는 곳은 전체 카톡 감옥이 있어서, 새로 회사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즉시 카톡 감옥에도 끌려들어 오게 되어 있다. 잡플래닛 1점 대의 평점(리뷰 수 수십 여 건)을 자랑하는 회사다. 물론 당일 도주도 있고, 2~3일 체험 후 환불하듯 도주하는 경우도 있고, 보름쯤 다니는 사람도 있고, 몇 개월 다니다가 도주하는 사람도 있다. 오래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오래 다닐만한 조건이 맞으면 뿌리 깊은 나무처럼 박혀서 지내는 곳. 나도 후자에 포함된다.


   저 카톡 감옥에 새로운 죄수가 소환되면, 몇몇 사람들은 환영을 해주긴 한다. 환영까지는 그렇다 치겠는데 어느 때부터 "축하한다"는 표현을 쓰는 자들이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매우 역하게 느껴진다. 아마 절대로 적응되거나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 같은 별생각 없는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취업을 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워서 보면, 인신의 매매와도 같다. 물론 노동자 자체에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 아니고 노동력에 매겨진다는 큰 차이가 있기에 원래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비슷하게 자본(기계)을 생각했을 때도 기계 자체의 가격이 아닌, 기계를 돌렸을 때의 퍼포먼스에 대해 지불하는 개념이다. 혼동하기 매우 쉽지만.



인간:노동력=기계:기계력



   그렇긴 해도 소유물 취급을 당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면 안 될 일이지만 사회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정해진 근로 계약 시간만큼만 노동을 제공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깊이 인생을 옭아매는 일이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적다는 것은 내 적은 표본의 경험과 선입견이다. 내가 속한 회사에서는 개인의 업무상 관계없는 스마트폰 사용들을 원칙상 금지하고 있다. 어차피 공지 같은 것도 그룹웨어를 쓰는 이상 굳이 단체 카톡 감옥 같은 것은 있을 의미가 없겠지만 그곳은 두목의 일기장이요 질병본부 흉내를 내는 놀이터이다. 대표 취향의 좋은 글, 좋은 사진 같은 것 짜증이나 나고 "음 일은 역시 안 하고 있군~"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 감옥. 나는 부고에 대해 조의를 표하는 것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는 사막 취급을 한다.


   현재의 내 인생에서, 두목 밑에서 두목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은 1mg도 없다. 멋 모르던 시기에는 열정도 헌신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의 보답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단서가 되는 여러 일화들을 겪으면서 마음은 차갑게 되었다. 


   세상에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졌으면서, 성공하고 나서도 잊지 않고 성공을 나누는 사람은 역사에 무조건 이름을 남기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아주 유명한 정복자 중 하나는 그의 야망을 위한 전투에서 대차게 패배한 뒤에 겨우 수습한 십수 명의 장군, 병사들과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맹세를 위해 흙탕물을 나눠마셨다. 술이나 음료는커녕 그냥 물도 없어서 흙탕물로 맹세를 할 정도면 더 말할 것은 없다. 그들은 결국 다시 일어나는 데 성공했고 그 정복자는 그때 같이 맹세한 자들에게 충분히 제 값을 치러주었다.


   위의 정복자와 달리, 내 두목은 동고동락 자체를 할 생각도 없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잘 되었을 때 값을 잘 쳐줄 것이라는 기대도 전혀 들지 않는다. 자세히 이야기하기엔 그렇지만 이미 보통 이상의 사고력이 있는 경우에는 충분히 미래가 그려진다. 그렇기에 핵심인력들과 헌신자들은 이미 다 도망간 지 오래다. 남아있는 것은 기생생물들이나 나같이 껍데기만 남은 무언가 뿐, 그야말로 오합지졸이다.


   세상에 함께 할 만한 위대한 지도자가 아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내가 그런 자를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는 확률이 매우 낮을 것이라고 극히 비관적인 생각만 든다는 점이다. 맨날 엄청 비판적으로만 써서 그렇지, 두목도 두목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단점만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자신의 꿈을 남에게도 매력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하려면 적당해서는 부족할 것이고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만약 저 입사를 "축하"한다는 말이 정말 축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되려면, 이 회사가 정말 좋은 곳이며 함께 열정을 가져도 좋을 만한 사람들의 집합소여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못한 곳에서 입사를 축하한다 해도 구역질만 날 수밖에 없다.


   말은 이렇게 해도 아직까지 파이프라인 개발도 제대로 못 한 나는 고민이 많고, 이러쿵저러쿵 떠들 자격도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노예로 지내면서 깨우친 것들을 바탕으로 나만의 길을 걷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으니까. 


느리더라도 꾸준하게만 할 수 있으면, 나는 무엇이든지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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