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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an 10. 2023

비공개 거나, 전체공개 거나

친구공개는 없다, 사회생활에서의 비밀이란 그렇다

   SNS에는 보통 공개 설정이 세 종류가 있다. 비공개, 친구나 맞팔 공개, 마지막으로 전체 공개이다. 물론 그래도 타인의 관심을 사거나 하는 것에는 결국에 소수 인원에 공개된 것도 안전하지 못하며 뚫리기가 쉽다. 사회생활에서의 비밀도 그렇다.


   사회생활에서 비밀을 관리하는 방법은 단 1가지다. 본인(혼자만이 아는 경우)의 비밀은 그 누구에게도 내어놓지 않는 것이다. 궤가 비슷한데 당사자가 여럿인 경우 당사자 외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에 흔한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으로 비밀로 하는 사내 연애가 있다. 즉 연애 당사자끼리야 연애 중이라는 것을 당사자로서 공유하니 숫자를 더 줄일 수는 없다. 다만 그 외에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사실상 전체공개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성향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타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자세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겠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십을 좋아하는 것은 "자신과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 달리 표현해서, 자신에게 상관이 있는 것은 가십이 아니다. 물론 자신에게 상관이 있는 것을 가십인 줄 아는 반푼이 들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 10명 중 8~9명은 자신에게 불똥이 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자제한다. 그 이유가 타인의 비밀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계산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람의 성향 차이는 매우 명료하다. 개중에는 신뢰할 만하다고 여길 수 있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 말과 개념의 전달 때문에 일어난다.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면, 기본적으로 그것이 반푼이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든 주도권이 그 누군가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반푼이라면 지켜온 그 모든 것이 무색하게 망가진 라디오처럼 비밀이 떠벌려질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제 시간의 문제가 생긴다. 과연 그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일까에 대한 문제다.


   몇 가지 예상되는 상황이 있다. 처음에는 굳게 지켜줄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허술해지기 쉬운 것이 언행 관리다. 우발적인 말실수라든지, 가십을 캐려는 누군가에게 유도 신문을 당한다든지, 술에 취한다든지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자신조차 아닌 타인을 통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소인원만이 알고 있는 것이야말로 비밀인 것이다. 누구나 반푼이 들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 알지만 보통 크게 데이는 경우는 어느 정도 신뢰했던 사람이 누설했을 때의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경우 사이가 틀어지거나, 내색은 하지 않더라도 신용도가 급락하는 일이 생긴다.


   흔한 상황 중 하나는 관계의 유동성에서 온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동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주알고주알 가십과 비밀을 다 쏟아부어놨는데 사이가 틀어진다면? 그만큼 눈앞이 깜깜해지는 일도 없다. 조금 방향이 틀어져있긴 한 이야기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보통 코어 팬이었다가 안티로 돌아선 자들이 제일 무섭고도 매섭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의 사회생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 풀어썼지만 결국에 비밀을 지키는 법은 단순하다.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아도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정보는 힘이요 무기다. 자신의 비밀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강점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약점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물론, 무조건적인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이 플레잉 카드 게임이라고 했을 때 마술사가 아닌 이상(그런 경우에는 자신의 패를 자유자재로 바꿔낼 수 있을 테니) 패를 드러내는 것은 패배만을 부를 것이다. 계속 정론으로 가자면 비밀을 만들지 않는 길이 제일 좋겠지만 차선책을 이야기할 따름이니까 양해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타인의 비밀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간략하게 적어두겠다. 물론 나도 오랜 기간 실수를 해왔지만, 그 시행착오 덕인지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타인의 비밀을 알았을 때 절대로 발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들려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들려온 것에 대해서는 자신까지만 알고 전달하지 않는 것이 생명 연장에 극히 유리하다. 나는 생각한다. 타인에게 심한 해코지를 당할 각오 정도가 있다면 반푼이 행동을 해도 좋다고 말이다. 그런 각오 없이 망가진 라디오와 같은 언행을 한다면, 사회생활에서 무사하기 힘들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다고 보였으니 비밀이 들어온 것이라는 것을 고려하자. 그리고 최대한 지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서도 정론으로 가자면 비밀이나 가십을 아예 접하지 않는 것이 최고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문득 나 자신의 시행착오나, 지금도 주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보면 말해도 좋을만한 비밀은 한 두 손가락을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희귀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비밀도 최대한 지키고, 타인의 비밀도 알게 되었다면 가십으로 삼지 말고 지킨다면 신용도가 올라서 더욱 많은 정보와 가십이 들어오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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