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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an 09. 2023

주고받기에서는 주는 것이 먼저다

    사회생활에서 세 종류의 타입의 사람이 있다고들 한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주고받는 사람. 영어로는 giver, taker 그리고 matcher라고 표현한다. 속되게 말하면 주기만 하는 사람은 호구가 되기 쉽고, 받기만 하는 사람은 얌체가 될 것이다. 주고받는 것이 가장 무난할 수도 있겠고 관계가 유지되는 것도 기대해 볼만도 하다.


   작년에 교육을 가래서 가서 들었는데 대략 팀장에 대한 교육이었다. 확장하면 사회생활이 될 것이다. 그런 교육이 으레 그렇듯이 시중에 있는 책들이나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주장을 펼치곤 한다. 거기에서 위의 3종류 사람에 대해 나왔을 때 최적 전략이라고 할 것은 아래와 같았다.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주는 사람이 많았지만, 사회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 역시 주는 사람이 많았다는 결론이었다. 전자는 대신 받기만 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퍼주다 쇠락할 확률이 높다고 보았다. 후자는 받기만 하는 사람은 익절 한다는 것이 달랐다. 우선은 주고받는 행위를 하되 상대방이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교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대신 상대방이 주는 사람이라면 상호 협력을 하는, 본연의 성향을 발휘해도 된다는 그런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주고받는 것, 이 표현 자체를 그대로 따른다면 상관없겠지만 "받아야 주겠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수동성이 크게 느껴지며 실제로도 수동적이다. 옛날 일이지만, 더 옛날에 실수하고 데인 적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주고받는 것의 평형을 추구한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을 크게 하려고 하는 것이 내 오래된 신조이다. 언젠가 청소년기의 사건을 이야기할 날이 있을 것 같지만 여기서는 간략하게만.


   그런 실수 후에는 남의 호의나 물질에 대해 조심성이 생겨 있었던 10여 년 전의 나에게 기억나는, 어떤 학부 시절 선배가 있다. 무슨 전통인진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도 위에서 언급한 신조의 영향으로 활용할 생각은 적었지만 그런 것이 있었다. 선배가 후배를 밥을 한 번쯤은 사주는 뭐 그런 것이었다. 누가 그렇게 사달라고 할 성격도 아니었지만 그 선배는 꽤 남달랐는데, 왜 기억에 나냐면 급발진해서 자신은 그런 전통(?)이 싫으며 따라서 나는 후배가 밥을 산다면 나도 사겠다는 신조가 매우 강했다.


   그것 외에도 워낙 특이한 사람이긴 했지만, 일단 그 요소에서 꽤나 깨서. 빌어먹는 밥은 좋아하지도 않는다만. 뭐 지금의 내가 과거로 날아갈 수 있다면 조금 더 뚜렷하게 자기표현을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몇 학번 선배인데~하고 그냥 적당히 넘어갔다.


   가장 짜증 났던 것은 누가 사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도매금으로 그런 것들? 당신의 소신이야 소신대로 해도 문제는 없다만. 종종 과거는 미화된다지만 그런 것은 해당 사항이 없다. 그냥 웃긴 사람으로 기억난달까. 결국 대인 관계의 대부분은 이미지 아니겠는가. 내게 있어서 그는 기인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새로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없다면 더더욱.


   그런 선배와의 만남이라든지, 개인적인 신념이라든지, 나는 어찌 되었건 최대한 먼저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능동적인 태도를 가지고 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만 나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받기만을 원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순식간에 싸늘해져 버리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호의를 베풀지만, 그것을 이용하려고 드는 자들에 대해서는 얄짤이 없이 혹독해서 내 사회생활은 꽤나 호불호가 극명하다. 받아먹기만 하려는 자들에게 냉대나 질시를 받는 것은 내가 원해서 그러는 것이라 아쉬운 감이 없다. 지금 이 글도 하루 종일 그런 자들에게 시달려서 화가 난 김에 쓰는 글이다. 타인의 호의나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자들은 그 당연한 것이 없어지는 것이 순리이다.


   상대가 어떤 성향인지 알기 위해서는 결국 주고받음이 일어나야만 한다.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고 줄 것을 고려하는 것도 너무 굼뜬 행동이 된다(그 선배처럼). 먼저 주되 철저히 관찰하여 그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자. 그래서 주는 것을 도리로 아는 사람에게는 많이 주고, 주고받음이 칼 같다면 나도 칼 같이 맞춰주는 것이 좋다. 물론 받기만 하려는 자들과도 기본적인 자세는 주고받음이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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