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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27. 2022

연말,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어제, 나는 쇼핑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지만 쇼핑을 가서 상의를 하나 고르고 입은 후 전신 거울을 봤는데 심각했다. 외계인 이티를 멀리서 찾을 것 없는 엄청난 몸매. 일단 매일 저강도로 실내용 자전거를 돌리긴 하지만 이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건 그것대로 하면서 식이조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12월 26일이고, 오늘은 27일이니까 2023년부터 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없던 것은 아니다. 연말은 연말대로 보내고 2023년부터 바짝 노력하면 될 것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다. "미래에 할 것"이라는 말만큼 강력한 독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지나가 버린 것이니 건드릴 수 없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니 역시 건드릴 수 없다.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현재뿐이다. 물론 그 현재도 계속 과거가 되어 가고 있으며 미래가 다가오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로 적합한 것은 연초가 아니라 연말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는 우리는 "현재"에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한다. 살을 빼거나, 금연을 하거나, 운동을 해서 몸매를 다듬거나, 공부를 하거나 하는 것을 달력의 구분으로 정하지 말고 마음먹은 지금 이 순간 바로 행하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연초에 1월 1일, 1월 2일 정도 연초의 다짐대로 하다가 1월 3일부터 안 하거나, 아예 첫 하루 이틀 미루면 아마 2023년도 안식을 하는 해로 삼고 건설적인 것을 2024년부터 하자~는 자기 파괴적 심리에 빠질 수 있다. 그러면 발전은 요원한 삶이 된다. 옛사람의 따끔한 말 중 이런 느낌의 말이 있다.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정신질환의 초기 증상이다"라는 말이다. 보통 나 자신을 채찍질할 때 쓰는 말이지만 이런 유용한 채찍은 나누면 도움이 되니 필요한 분들은 기억해두시면 좋겠다.


   4월 17일이든, 7월 2일이든, 11월 24일이든 달력의 숫자에 의지할 것 없이 그날에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목표로 했다면 기념일이 되는 것이다. 2023년부터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신기루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2023년부터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2022년의 마지막 며칠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 2023년부터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있으면 오늘부터 실행해야 승산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나는 단언하는 바이다.


   그러니 2023년의 목표가 있다면, 당장 오늘부터 시작하는 것을 매우 격하게 권장하는 바이다. 코로나 걸렸다가 낫고 연말이라서 정신없는 와중이라 글이 뜸했지만(거의 한 달 동안 게시하지 않은... 게으름...) 내년에는 더 많이 쓰고 흩어져 있는 내 글감들을 조직화해야겠다는 생각이 지금 들고 있다. 그러니 2022년도 보람차게 마무리 짓고-마무리라기보다는 현재를 연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지만 관용적인 표현을 쓰고 싶었다- 2023년을 시작하는 브런치 이용자분들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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