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독준 Feb 05. 2024

관계의 나무

   나는 관계는 나무와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언뜻 보기에 변치 않는 것 같아도 활엽수라면 단풍이 들고 떨어지고 새 잎이 나며 성장한다. 다른 나무들도 비슷할 것이다. 두드러지게 보이는가, 그렇지는 않은가의 차이일 뿐, 엄연히 살아있으며 계속 변화하는 것이다. 관계도 비슷하게 변화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것이 살아 있는 한은 똑같다.


   영어권에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문구가 있다.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 문장이 진실과 가까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타인이 우리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으면,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멀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다. 타인이 우리에게 그러하듯이, 우리도 타인에게 그럴 것이고 말이다.


   관계란 삶 속에서 살아있는 것이기에, 주변에서 고민을 토로하는 것을 들을 때가 있다. 대개 한쪽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다른 한쪽은 그럴 생각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경우다. 나는 그럴 때 비슷한 내용으로 조언한다. 바람직한 관계란 대개 일방적인 것이 아니므로, 관계를 이어나가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 상대방은 이제 그만 시원하게 떠나보내주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힘을 아껴서 새로운 관계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나는 그들에게 지금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하기를 권하고 있다. 대부분은 충분히 수긍해 주는 것 같다.


   안부를 묻는 것도, 연락을 하는 것도, 경사를 축하하고 조사를 함께 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자원"이 들어간다. 나무가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물과 영양분과 햇빛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그런 것을 더 이상 취할 수 없는 나무는 생존할 수 없다. 관계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돈독했더라도 유지를 위한 노력이 없다면 서서히 허물어져 버리고 마침내 그루터기조차 남지 않는 것이다.


   열심히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자원을 쪼개어 관계에 할애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 감사할 일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빨리 알게 된 것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싶다. 헛되이,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관계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로 이어질 뿐이다.


   냉정한 처세술의 오래된 조언에 따르면, 인생에서 진정한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이 3명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고 한다. 확실히 그런 사람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만나기도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상대방이 그만한 사람일 것이라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가장 첫걸음이 되는 것이 상대방도 나와 못지않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사람인가 아닌가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멀어진 옛사람들을 떠나보내더라도, 지금의 자신 주위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니 그들과 충실히 새롭게 교류하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올해는 인격수리를 해보는 걸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