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때는 아는 척하지 않기

를 하고 있는 몇 년간입니다

by 김독준

내가 내향적인 것과 별개로, 직장 내 인간관계의 가깝고 먼 것을 고려하지 않고 출근과 퇴근 때에는 마주치는 직장 동료가 있을 때 먼저 아는 척하지 않은 지 몇 년 정도 된 것 같다. 소원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렇겠지만 어느 정도 친하거나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한테도 그렇게 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어떤 인기 없는 전 직원의 행동을 보고 나서 내 행동 양식에 반영했었던 것이다. 사회성이 많이 떨어지는 존재였는데 회사 업무에 약간이라도 접점이 있는 모든 임직원과 싸운 이력이 있었다. 물론 나와도 껄끄러운 일이 수 차례 있었고 서로 백안시했다. 뭐 사회성은 나도 없으니까.


사회성의 문제라는 것이 참 다양한 척도가 있겠으나 이 부분에서 그 존재의 구체적인 행동은 무엇이었냐 하면 그 존재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내적 친밀감이 높은 상대(회사 생활이 그렇지만 그냥 적당히 아하하 웃으며 넘기는 사람한테도 혼자 절친이라고 느끼고 거리감 조절 요청받으면 혼자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었다)에게 가서 계속 자기 할 말만 하는 것이었다.


이 행동을 자기 일하기 싫을 때 자기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한테 굳이 굳이 찾아가서 자기 불만이나 넋두리나 자기 자랑 같은 것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자와 출근과 퇴근 경로가 겹치는 자들에게 들어보니 그 시간에 마주치면 옆에 붙어서 내내 똑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살면서 들은 끔찍한 이야기 중에 하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때 어느 정도 출근과 퇴근 때에 누군가에게 말 걸고 하는 것도 NG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실 좋아서 다니는 것보다도 그냥 생계유지를 위한 곳이자 스트레스와 만병의 근원일 뿐 아닐까? 대부분의 회사원에게 회사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씁쓸하게도.


어차피 회사 안에서 지지고 볶고 하면서 나날이 인류애를 잃어가기만 할 것인데 9시 이전과 18시 이후에 말 붙이고 그런 것도 생각보다 별로겠구나 생각을 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아는 척하기를 안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스스로도 편하고 좋다. 다소 피곤하고 우울한 시간이지만 혼자 조용히 보내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내 알 바도 아닌 자가 옆에서 재잘재잘 거리면 꽤 거슬리는 일이기도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도 싫고 해서 일찍 다니기는 하고 있는데 나와 비슷한 선택을 한 직원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오늘도 버스를 타고 보니 다른 부서 직원이 버스에 있었다. 나는 버스 하차 후 내 갈 길(즉 회사)을 성큼성큼 주저 없이 걸어갔다. "아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저도 좋은 하루 되겠습니다."라고는 전혀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피차 서로 힐끗 확인했다면 마음은 그렇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사실이 어떻든 그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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