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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Oct 15. 2018

방콕, 왜 이제야 가는 거야?

#방콕일기 1. Have a pleasant stay.


모두 내가 방콕을 좋아할 거라고 말했다


일 년에 5-7번을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가는 나에게 지인들이 추천하는 여행지가 두 곳 있었다. 한 곳은 홍콩이고 또 다른 한 곳이 바로 방콕. 그들은 해외를 뻔질나게 나가면서도 왜 나에게 어울리는 그 두 곳을 가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되려 홍콩과 방콕이 왜 나랑 어울리는지 그리고 왜 내가 좋아할 곳이라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그 두 곳에 가기 전까지만. 결국 나는 방콕은 작년과 올해 두 번을, 홍콩은 (마카오만 가긴 했으나) 올여름에 한번 다녀왔고 왜 주변 사람들이 그토록 내게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는지 알았다. 아마 앞으로의 나는 일 년에 최소 한 번씩은 방콕과 홍콩을 가게 되겠지. 방콕을 다녀온 내가 방콕 노래를 불렀을 때, 홍콩에서의 내가 하루에 두세 번씩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을 때 지인들이 말했다. "진작 갔어야지"라고. 심지어 나와 함께 여행을 가본 적 없는 그들조차 내 취향을 무섭도록 간파하고 있었다니.


어쨌든 2017년 겨울, 드디어 나는 방콕으로 떠났다.




여행의 설렘은
인천공항에서부터


흔히들 방콕은 성수기, 비성수기가 따로 없다고들 한다. 즉 비행기 티켓값이 언제나 늘 비슷한 가격이라는 것. 그래서 항공사 특가 행사 때 티켓을 사두지 않으면 평균 3-40만 원대의 가격을 주고 가야 하는 곳이 되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제주항공 특가가 떴을 때 20만 원가량을 주고 티켓을 예매해두어 비교적 저렴하게 방콕을 갈 수 있었다. 대신 저가항공인만큼 시간대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방콕행 비행기는 거진 이 시간대가 가장 많긴 한데, 한국에서 저녁 늦게 출발해 방콕에 새벽에 떨어지는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P와 나는 반차나 휴가를 내지 않고 퇴근 후에 공항에 가기로 했다. 저녁 8시 35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선 무슨 일이 있어도 5시에 회사에서 나와야 했다. 그래서 오전 6시 10분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7시 30분경에 회사에 도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P도 출근, 둘 다 죽어라 일했다. (이직한 지금 회사도 그렇지만 이때 다니던 회사도 자율 출퇴근제라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만 채우면 되어서, 오전 8시에 출근하면 오후 5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지난 베트남 여행에서 서울역 도심 공항에서 체크인을 하고 아주 편하게 들어갔던 터라 이번에도 서울역에서 체크인을 하고 싶었지만, 비행 출발 3시간 전까지만 가능하다기에 포기해야만 했다. 재빠르게 움직이면 아슬아슬하게 서울역에 도착할 것 같기는 했는데 녹초가 되도록 일한 후에 그렇게 마음 졸이며 가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 안에서 웹 체크인이 생각나 어플로 미리 체크인을 해두었다. 이렇게 미리 웹 체크인을 해두면 공항에서 티켓 발권을 위해 줄을 서지 않아도 돼서 좋지. 표 예매할 때 30,000원이나 더 주고 앞자리를 예매했었는데 이렇게 웹 체크인을 하니 굳이 돈 더 내고 미리 자리 잡을 필요가 없더라.



오늘 어쩐 일인지 공항이 텅 비어서 나의 여행 역사상 역대 최고로 빨리 수속을 밟았다. 캐리어를 보내고 출국 수속까지 십 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은데. 심지어 언제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던 환전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할 수 있었다. 거기다 새 화폐로 받아서 기분이 더 좋아졌다. 생각보다 수속이 빨리 끝나서 저녁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인천공항에서 밥 먹을 일이 있으면 늘 비비고에서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먹는데, 이미 수속을 밟고 들어와 버려서 비비고 대신 푸드코트에서 된장찌개를 먹었다.



내가 여행을 할 때 본격적으로 설레기 시작할 때는 인천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가 아니라 비행기가 이륙하기 바로 직전이다. 비행을 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가 비행기가 이륙할 거라는 알림과 함께 창밖을 보면, 직원들이 손을 흔들어준다. 우리에게 손을 흔드는 건지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있는 조종사에게 신호를 보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후자가 맞겠지만) 나는 늘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해주는 거라 생각한다. 같이 손을 흔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꼭 그들을 보고 떠나려 한다. 나를 배웅해주는 거 같아서. 가끔은 빨간 봉을 양손에 들고 인사를 해줄 때가 있는데 그때는 나도 모르게 같이 손을 흔든 적도 있다.


빳빳한 새 지폐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언제나 그렇듯 오늘 역시 30여분 정도 연착되었다가 저녁 9시 4분에 비행기가 떴다. 비행기를 타면 사진 몇 장 찍고 거의 바로 잠드는 편인데 이번 비행은 좌석 앞뒤가 다 진상들이라 잠을 설쳤다. 앞에 앉은 사람은 비행기가 뜨자마자 바로 좌석을 뒤로 한껏 밀고, 뒤에 앉은 사람은 내 팔걸이에 발을 들이 밀고 등 부분을 차기 시작했다. 물론 뒤로 젖히라고 있는 좌석이 맞기는 하는데 보통 뒷사람 생각해서 출발 때부터 바로 뒤로 쫙 밀지는 않던데. 하지만 뒷사람에 비하면 양반이지. 툭 튀어나온 발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그 발을 툭툭 쳤더니 치우는 척하다가 다시 쓱 발을 들이밀었다. 여기는 당신의 발걸이가 아니고 제 팔걸이입니다만. 아침 일찍부터 움직인 터라 너무 피곤해서 어찌어찌 잠들라치면 뒤에서 쾅쾅. 그 사람이 통 잠을 안 자서 나도 선잠 잤다.



반가워 방콕


그렇게 다섯 시간을 넘게 날아 도착한 방콕. 방콕 하늘을 날 때 창 밖을 바라봤는데, 나는 이렇게 맑고 별이 많은 하늘은 처음 봤다. 밤하늘의 별을 보러 몽골에 가고 싶은 내게 별이 가득한 하늘이 이거다 하고 살짝 맛을 보여준 느낌. 태국 땅의 불빛과 함께 보는 별빛은 최고였다. 어떻게 해도 사진으로 찍을 수 없어 아쉬웠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받고 나오기까지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인터넷 후기에서 두 시간은 기본이라길래 걱정했는데. 우리를 끝으로 퇴근하던 직원이 급한 마음에 대충 봐서 빨리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 비록 비행기에서는 고통받았지만 한국 출국할 때도, 방콕 입국할 때도 운이 좋았던 거지!

입국 심사를 받고 나와 3과 4 게이트 쪽에서 미리 예약해두었던 <몽키 트래블>의 픽업 기사님을 찾았다. 게이트 쪽으로 가면 내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든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보다 더 전문적이었다. 업체별로 구역을 정해놓고, 업체명이 적힌 곳 아래에 예약자 이름을 쭉 걸어놓았다. 거기서 예약자가 직접 본인의 이름을 찾아 근처 직원에게 알려주면 직원이 기사님께 연락을 해주면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님이 나를 찾아온다. (두 번째로 방콕에 갔을 때는 다른 업체에서 예약을 했는데, 이때는 직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기사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걸 보아 업체마다 픽업 방식의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1시 18분에 기사님 차량 탑승, 1시 40분에 호텔에 도착했는데 예약자에 내 이름이 없단다. 알고 보니 <골든 튤립 스쿰빗>으로 가야 하는데 다른 <골든 튤립 호텔>이었다. 우왕좌왕하다가 프런트 직원에게 부탁해 우리를 픽업한 기사님께 전화를 걸어 아무래도 다른 호텔로 온 것 같으니 다시 데리러 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프런트 직원이 상황을 잘 설명해주었는지 돌아온 기사님이 멋쩍어하며 제대로 된 우리의 호텔로 데려다주었다. P와 우스갯소리로 팁을 많이 드리길 잘했다는 말을 했다.




드디어 호텔. Have a pleasant stay.


2017년 11월 17일 - 18일

캐논 EOS 6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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