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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Oct 30. 2018

3등급 기차 타고 아유타야까지

#방콕일기 6. 아유타야 여행일기 1


자유여행으로 아유타야,
어렵지 않아


우리가 (실은 내가) 한국에서부터 너무도 가고 싶어 했던 곳 아유타야. 유일하게 꼭 가야 한다고 정해놓은 곳이기도 했다. 찾아보니 대부분은 선셋 투어를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투어로 아유타야를 방문하더라. 처음엔 우리도 투어를 이용할까 하다가 기차로도 갈 수 있단 글을 보고 자유여행으로 가보기로 했다. 투어는 시간도 맞춰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 걸음도 맞춰야 하고 또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곳도 가야 하기 때문에 끌리지 않았는데 잘되었다.

그러나 정작 방콕에서 아유타야 가는 법을 찾아놓지 않았다. "아유타야는 꼭 가자!"라고 몇 번을 말해놓고선 세세한 계획은 하나도 짜지 않았다. 뭐, 원래 여행은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어젯밤에 가는 방법 등을 찾으려 했는데 수영하고 씻고 나와 바로 뻗어 버렸네. 대신 오늘 아침 어제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 빠르게 조식을 먹고 방으로 올라와 아유타야 가는 법을 찾았다. 팁싸마이 간다고 한번 가보았던 후아람퐁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 끝! 어렵지 않다. 기차역 찾기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는 곳이라 다행이다.



조식을 먹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세지는 않았으나 또 그리 약한 것도 아니라 지금 나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비를 싫어하는데 여행지에서까지 우산을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아. 방으로 돌아와 비가 그칠 때까지 쉬다가 9시 35분쯤, 비도 그치고 호텔 툭툭의 시간도 얼추 맞아 로비로 내려왔다. 그런데 내려와서 보니 툭툭은 10시부터 운행한단다. 무슨 자신감으로 툭툭 시간이랑 맞는다고 생각한 건지 원. 비가 내린 뒤라 그다지 덥지는 않아서 슬슬 걸어서 수쿰빗역으로 갔다.



수쿰빗역에서 MRT를 타고 후아람퐁역으로. 후아람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기차역과 연결되어 있어 헤맬 위험이 없다.





아유타야행 3등급 기차


아유타야로 가는 기차는 에어컨이 달려있고 비교적 쾌적한 1등급부터 선풍기만 달려있는 3등급, 그리고 그 사이 수준의 2등급이 있다. 1등 칸, 2등 칸, 3등 칸 이렇게 말하길래 영화 설국열차처럼 앞 쪽은 1등급, 뒤로 갈수록 3등급인 줄 알았는데 아예 다른 열차였다. 그럼 칸이 아니라 급이라고 표현해야지.


아유타야로 가는 기차표는 인터넷으로도 예매 가능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현지에서 예매하는 것이므로 기차역에서 예매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한다. 예매하는 법 몰랐다.) 1등급은 아니더라도 2등급 기차 정도는 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빈 좌석이 하나도 없어 3등급 기차의 표를 끊었다. 난 원래 3등급 기차를 타고 싶었기에 무척이나 기대되면서도 또 모래 바람이 엄청 들어온다는 후기에 걱정했다. 더위도, 모래바람도 싫어하는 P에게 "그래도 앉아서 갈 수 있는 게 어디야."라고 위로했는데 표 그 어느 곳에도 좌석이 적혀있질 않아 당황했다. 그냥 자유석인가.



표를 끊고 보니 기차 출발까지 시간이 꽤 남아 역을 둘러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후아람퐁 기차역. 왜인지 모르게 낙후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내부는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고속버스터미널보다 훨씬 좋았다.



50여분을 기다린 끝에 우리가 탈 기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자리가 없어서 2시간가량을 서서 가면 어떻게 하나라고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자리가 꽤 남아 있었다. 후아람퐁역에서는 어지간하면 다 앉아서 갈 수 있다. 그리고 아유타야까지 꽤 오래 또 꽤 여러 번 정차했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많이 타고 내려서 서서 갈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유타야행 3등급 기차에 관한 여러 후기에서 한결같이 '먼지가 날린다' '더워서 고생했다' '선풍기가 있으나 마나다'라고 해서 조금은 두려웠는데 이 부분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출발 전, 역에서 마스크를 사서 써서 그랬나 생각보다 먼지가 많이 날리진 않았다. 그래도 날리긴 하므로 마스크는 꼭 쓰는 것을 추천. (후아람퐁역 안에 약국이 있고 마스크라고만 해도 알아듣고 꺼내 준다.) 더위는, 창을 열고 달리는 데다 선풍기도 나름대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긴 해서 참을만했다. 우리나라 전철보다 훨씬 저렴하고 탈만해!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내 기준이지만.



아무래도 관광으로 유명한 아유타야행 기차이니 여행자들이 많이 탈 거라 생각했는데 대부분이 현지인들이었다. 여행자들은 시원하게 갈 수 있는 1등급 기차를 선호해서 그런가.




아유타야로 가는 동안 달리는 차창 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2시간 남짓하는 거리라 끝에는 기차를 탄 많은 이들이 잠들었는데, 나와 여러 꼬마들은 오래도록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에서 벗어날수록 모래바람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이어졌다.




이 길의 끝에 선착장이 있다.


안녕, 아유타야


아유타야다.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흥정을 시도하는 툭툭 기사들이 줄을 이룬다. 미안해요, 우리는 자전거를 탈 거예요. 우리가 사진에서 보던 아유타야로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 한다. 기차역 바로 맞은편 골목으로 길은 건넌 후 그 골목 끝까지 가면 선착장이 나온다. 그리고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드디어 아유타야!



뱃삯으로 5바트를 내고 배에 오른다. 어떤 여행자들은 강을 건너기 전에 자전거를 빌려 낑낑대며 자전거를 배에 싣더라. 자전거는 강 건너서 빌리는 게 편하다. 아, 우리는 강 건너자마자 나오는 첫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렸는데 상태가 영 아니었다. 자전거를 끌고 나오다 보니 바로 옆 대여소의 자전거 상태가 더 좋아 보이던데, 에이 아쉬워.



자전거 타고 아유타야의 수많은 사원을 향해 출발! 아유타야도 자전거로 투어로 유명한데 방끄라짜오와 달리 도로에 차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긴 하지만,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지정되지 않은 곳도 많다.



첫 목적지는 아유타야의 대표적인 불상인 '보리수나무 불상'이 있는 <왓 마하탓 사원>. 사실 딱히 어느 사원을 가야겠다고 정해 놓은 건 아니고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기로 했다. 얼핏 보았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사원이 생길 수도 있고. 왓 마하탓 사원은 멀리서부터 마음에 들었으므로 입장했다.



아유타야에서 가장 유명할 '보리수나무 불상'은 불상의 머리만 나무뿌리 쪽에 얽혀있는 불상이다. 그런데 정작 불상 사진이 없네. (불상 사진은 방콕 여행일기 #7에서 나올 예정) 미디어에서 보았을 때는 꽤 커 보여서 웅장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작았다. 그래서 웅장한 느낌은 없었지만 그래도 신비롭기는 했다.



불상 앞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그 앞에서 사진 찍는 것을 포기하고, 사원을 둘러보았다. 불상 대부분은 머리가 잘려있었고 사원도 멀쩡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태국 정부는 이 모든 것이 태국의 역사라며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멀쩡한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 머리가 잘린 모든 불상의 머리를 복원하고, 무너진 사원을 복원하면 그것이 멀쩡한 아유타야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멀쩡한 아유타야는 뭐지? 나는 무엇이든 복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에 복원이 필요하지 않도록 파괴되거나 무너지지 않으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그대로 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 모든 것이 역사이기 때문이라는 태국 정부의 그런 깊은 생각은 없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복원된 흔적이 이전의 것들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톡 튀어나와 보이는 게 싫은 것뿐. 지극히 미적인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지.


2017년 11월 20일

캐논 EOS 6D


✓ 아유타야 여행일기는 #7에서 계속.





2018년 11월 2일 / 4일

다른 방콕 여행일기에 비해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높지 않았는데도, 브런치 메인에 글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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