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일기 1. 마제멘 맛집 <마호로바>에서 첫끼
오랜만에 일본 여행. 한창 애니메이션 「하이큐」를 좋아할 때는 일 년에 일곱 번도 갔었는데. 그전엔 한국인이 일본으로 놀러 간다는 걸 이해 못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키나와는 또 가고 싶고. 일본은 진짜 싫은 데 가긴 또 간다. 나도 이런 내가 얼마나 우스운지 아는데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일본 본토는 더 이상 갈 생각이 없다.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지.) 나이가 지긋한 오키나와 사람들은 자신들을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다. 오키나와의 역사를 생각하면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은 과거를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아져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을 일본이라 생각한단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는 제삼자이니 별로 할 말이 없네. 그리고 일본에 대해선 깊게 얘기하고 싶지도 않다.
아무튼 그런 오키나와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열한 시 반 비행기인데 여덟 시에 도착했다. 리무진을 탔더니 예상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내가 시간 계산을 잘못했어. 너무 일찍 왔다고 생각했으나, 츄라우미 입장권과 포켓 와이파이를 찾고 발권하러 가니 늦게 온 편이라며 남은 앞자리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 가장 앞자리가 10열이라며 그 자리를 주었다만 다들 왜 이렇게 부지런해. 발권을 하고 출국 심사를 받기 직전에 핸드폰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뭔가 느낌이 싸해서 핸드폰을 찾았는데 없더라. 부랴부랴 직원들에게 사정을 말하고 나갔다 와도 된다는 도장을 찍고 밖으로 나와 아까 우리가 앉아있던 의자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오늘따라 A구역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핸드폰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이 바글바글한 C구역이었으면 벌써 없어졌을 텐데 정말 다행이다.
30분 연착. 연착은 하도 겪어서 아무렇지 않았지만 앞뒤로 가득 찬 아이들의 시끄럽게 떠들고 우는 소리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되는 나이의 아이라면 모르겠는데, 부모조차 컨트롤할 수 없는 갓난아기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건 부모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들도 케어를 못하면서 비행기를 데리고 타면 다른 사람들은 어쩌라고. 분명 갓난아기들은 자신들이 오키나와에 다녀왔단 것도 기억 못 할걸. 한 명이 울기 시작하면 뒤따라 모든 아기들이 울었다. 오키나와를 오가는 비행기에서 아기 울음소리 노이로제에 걸렸다.
오키나와 짧게 맛보기
오키나와 공항은 꽤 작았다. 그래도 그간의 일본 여행과 달리 입국심사 줄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좋았다. 입국심사를 받고 유이 레일을 타기 위해 모노레일 표지판만 보고 이동! 공항 건물 안에서 이동하면 쉬웠을 것 같은데 우리는 공항 밖으로 나와 길을 찾은 터라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길 자체는 쉬웠는데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그래도 어찌어찌 엘리베이터를 찾아 무사히 유이 레일에 탑승했다.
오키나와 시내를 돌아다니는 유일한 대중교통인 유이 레일. 버스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해외에서 여행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건 전철이니까. 그러나 노선이 짧기 때문에 보통 오키나와 하면 떠올리는 <아메리칸 빌리지>나 <츄라우미 수족관> 같은 관광지들은 가기 어렵다. 거기다 고작 2량밖에 되질 않는다. 2량이라고는 해도 합치면 우리나라 전철 1량 정도로 작았다.
미에바시역에서 내려 호텔 가는 길.
우리가 잡은 오키나와 숙소는 미에바시역 근처에 있는 호텔 <레드 플래닛 오키나와>. 여행을 떠나기 바로 직전까지 자마미 섬을 간다 안 간다 난리를 쳤던 터라 숙소를 잡기까지 고생했다. 미에바시역에서 호텔까지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 좋았다. 그러나 국제거리와는 거리가 조금 있는 편이다. 미에바시역을 기준으로 왼쪽은 레드 플래닛 오키나와가, 오른쪽은 국제거리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거리> - <미에바시역> - <레드 플래닛 오키나와> 이렇게. 그래도 걸어 다니는 데는 무리가 없다. 날이 좋아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긴바지를 반바지로 갈아입고 이곳을 걷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일본이란 느낌이 없다. 내게 일본 여행은 오사카 난바역의 덴덴타운으로 귀결되는데 그런 번잡함이 없어서일까. 그래도 골목골목 특유의 느낌은 조금 보인다. 가보진 않았지만 하와이 느낌도 나고. 비 소식이 있는 한국에서 와서 그런지 화창한 날씨가 더 반갑다.
이번 오키나와 또한 지난 방콕 여행처럼 큰 계획이 있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로, 발이 이끄는 대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오키나와에서의 유일한 계획은 <츄라우미 수족관>뿐. 하나를 더 찾자면 자전거 타고 <아메리칸 빌리지> 가기 정도. 그렇게 돌아다니다 오키나와에서 처음 만난 공원. 이 분위기에 반해 또 마침 국제거리로 이어지는 공원이라 여행 내내 이 공원을 자주 오갔다.
국제거리 맛집
마호로바 마제멘
아까 그 공원에서 국제거리로 나가는 길에 있는 <마호로바 마제멘 まほろばまぜ麺>. 이번 여행은 오키나와 여행 경험이 있는 P에게 전적으로 모든 걸 넘겼는데 그가 칭찬했던 곳이었다. 원래 첫끼는 오키나와의 3대 음식 중 하나인 스테이크를 먹으려 했지만 가는 길에 마제멘 집을 발견해서 메뉴를 변경했다. (주워들은 거긴 하지만 3대 음식은 바다 포도, 스테이크, 소바란다. 스테이크야 원래도 유명한 걸 알았고 바다 포도도 국제거리를 오가며 많이 보았는데 소바도 유명한 건 이제 알았다. 자색고구마가 더 유명하지 않나?)
주문을 하고 마제멘이 나오기 전에 시원한 맥주부터 한 잔. 컵이 너무 귀여워서 결국 나를 위한 기념품으로 오리온 맥주잔을 사 왔다. 사진 속 유리잔은 찾을 수 없어 그나마 비슷한 것으로.
마제멘이 뭔지 몰라 찾아보니 원래 대만 음식이란 말도 있고, 나고야식 비빔 라멘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맛있다. 구비된 다시마 식초를 넣고 비볐더니 더 맛있다. 한국어로 된 메뉴판도 있어 주문도 쉽다. 입맛에 딱 맞아서 몇 번 더 오려했는데 아쉽게도 이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
2018년 3월 15일
캐논 EOS 6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