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일기 2. 국제거리, 그냥 걷기
마제멘을 맛있게 먹고 나와 국제거리를 걸었다.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류보 백화점. 볼거리가 많은 국제거리는 여기서 끝으로 생각보다 짧다. 이 말인즉슨 오키나와 나하에서 우리가 갈 곳은 더 이상 없단 거다. 자동차 렌트도, 투어버스도 예약하지 않은 우리 같은 뚜벅이들에겐 안타까운 얘기다. 그러나 우린 자동차와 투어버스 대신 자전거를 타고 또 걸어 다닐 거니까 괜찮다. 본의 아니게 더 여유로워진 여행이 되었다. 그래 여행 이만큼 다녔으면 이제 여행지에서 꼭 뭔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
류보 백화점까지 왔으니 8층에 있다는 무인양품으로 갔다. 얼마 전 신촌 무인양품에서 충동적으로 잠옷을 산 이후 무인양품에서는 조심해야지 했건만 또 가방을 샀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 늘 들고 다니건 가방이 아닌 지난 상해 여행을 위해 샀던 아이띵소 가방을 들고 왔더니 너무 흐물거려 불편했다. 그러던 차에 괜찮은 가방을 괜찮은 가격대에 발견해서 안 살 수가 없었다. 모든 소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 무인양품에 이어 2층에 있다던 포켓몬 스토어를 찾다 타워레코드를 발견했다. 엑소 일본 앨범과 첸백시 앨범 앞에서 흔들렸으나 이번 여행은 환전을 별로 안 해서 참고 또 참았다. 포켓몬 스토어에서도 잘 참았다. 무인양품이 제일 위험하다.
쉬기 위해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P가 사준 블루씰 아이스크림. 오키나와에서 먹은 처음이자 마지막 블루씰. 이름이 블루씰이라 '블루베리'가 들어간 아이스크림인 줄 알았다. 이 얘기를 하니 P가 나보고 참 단순하단다. 그럼 왜 블루씰인데? 오키나와에서 왜 블루씰이 유명한지 검색해보았으니 딱히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대체 블루씰이 왜 유명한 거야? 맛은 유명세에 비해 그냥 그랬다.
마호로바 마제멘 근처에 있는 공원을 한번 더 지나쳤다. 자동차 도로가 있는 큰길로 호텔을 오갈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우린 이 공원 쪽으로 오갔다. (나는 오키나와에서 이 공원이 제일 좋았다.) 넓지 않은 아담한 공원이지만 국제거리 바로 옆에 붙어있어 국제거리를 구경하다 잠시 쉬기 좋다. 국제거리만 나가도 사람들이 빽빽한데 2-3분 정도만 걸어 들어오면 이렇게 여유롭다. 사실 오키나와는 국제거리와 몇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다 이렇게 한산하니 좋았다.
고양이 안녕. 이 고양이랑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몇 번 마주쳤다. 고양이는 요정이야.
국제거리에서 우리 호텔까지는 직선거리라 앞만 보고 쭉 걸으면 되는데 우리는 일부러 눈에 보이는 아무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니까. 어쩌다 들어간 골목에서는 초등학교를 만났다. 신기하게도 놀이터가 학교 밖에 따로 나와 있었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다 호텔로 돌아와 두 시간가량 잤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느라 피곤했다.
저녁 여덟 시쯤 일어나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목적지는 1000엔 스테이크로 유명한 <얏빠리 스테이크>. 국제거리에 몇 개의 매장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까 국제거리를 산책하다 봐 두었던 P가 가보았다던 지점으로 갔다. 여기도 일본의 여러 체인 식당처럼 자판기로 티켓을 구매한 후 직원에게 티켓을 내는 방식이다. 가장 기본인 얏빠리 스테이크와 오리온 생맥주를 주문했다.
스테이크를 제외한 밥과 샐러드, 달걀국 같은 수프는 전부 셀프. 밥을 양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세 칸으로 나눠져 있는 소스 그릇엔 각자 입맛에 맞는 소스를 담아 먹으면 되는데, 나는 1. 와사비 2. 마늘+쌈장 3. 기본 스테이크 소스를 담았다. 셋 다 맛있지만 와사비가 독특하니 좋았다. 얏빠리 스테이크는 어마어마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질기지 않고 저렴한 맛에 먹기 좋았다. 여기에 맥주 한 모금을 더하니 캬, 여기가 천국이구나.
스테이크가 별로 크지 않은 듯해 이거 먹고 배부르려나 했는데 웬걸, 먹고 나니 너무 배불러서 배를 좀 꺼트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국제거리를 한 번 더 구경하기로. 시장 쪽은 문을 일찍 닫아 볼만한 게 별로 없어 돈키호테 같은 곳에 들어갔다. (돈키호테는 아니다.) 그러다 문득 호텔의 욕조가 일본 호텔치곤 넓어 입욕제를 풀고 들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라 입욕제를 찾아 헤맸다. 찾다 찾다 결국 못 찾아 직원에게 물어봐야 했다. 다양한 종류가 있어 각기 다른 것으로 세 개를 샀다.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씻고 입욕제를 하나 풀었다. 저렴했는데 냄새가 꽤 좋았다. 다만 물을 너무 뜨겁게 맞춰놓아 오래 있지 못하고 나온 것이 아쉬울 뿐. 내일은 츄라우미 수족관에 가는 날이니 얼른 자자.
2018년 3월 15일
캐논 EOS 6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