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일기 7. 마지막 산책 마지막 브런치(C&C BREAKFAST)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날. 대게 늦은 저녁이나 이른 오전에 귀국하는 비행을 했었는데 이번엔 점심 이후 비행기라 여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오키나와 여행 중 가장 부지런히 움직였다. 츄라우미 수족관에 갔던 날 보다 더 일찍 일어났으니. 여덟 시에 일어나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캐리어 정리까지 마쳤다. 그리고 체크아웃. 캐리어는 숙소에 맡겨두고 오늘만은 꼭 가보리라 다짐했던, 유명한 브런치 카페 <C&C BREAKFAST>로 갔다.
언제나 줄이 길었던 터라 부지런히 나온 거면서도 사진은 놓칠 수 없어.
비를 막아주었던 처마 아래 가게도 안녕.
고양이 너도 안녕! 검은 고양이는 보지 못하고 오키나와를 떠나야 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좋아했던 이 골목도 안녕.
브런치 카페
C&C BREAKFAST
맞은편 주먹밥집의 줄은 이른 아침부터 엄청 길었는데, 카페 C&C BREAKFAST는 비교적 여유로웠다. 카페 안에도 딱 하나 빈자리가 있어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남은 돈을 헤아려보니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각자 가진 돈에 맞추어서 나는 기본 프렌치토스트에 딸기 토핑을 얹고 여기에 애플주스를, P는 기본 오믈렛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프렌치토스트는 딸기를 얹지 않았으면 조금 아쉬웠을 맛인데, 다행히 딸기를 추가해 먹을만했다. 돈이 더 있었다면 과일 토스트를 시켜 더 풍성하고 맛있게 먹었을 테지만 지금 주머니 사정에선 이 정도로도 만족. P는 오믈렛이 건강한 맛이라고 했다. 그 말에 먹어볼 마음이 사라졌다. 예부터 건강한 맛은 맛없단 말의 다른 표현이니까. 우리가 돈이 없었기 때문일까 그래도 기본적인걸 시켰는데 기대에 비해 별로였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우리가 막 먹을 무렵부터 줄이 생기길 시작해 마음 편히 먹지도 못했다.
브런치를 먹고 시장을 구경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시간인만큼 문을 연 곳이 많지 않아 한번 슥-보니 끝이었다.
마침 시장 근처까지 왔겠다 전에 갔던 빈티지 소품샵 <지사카스 じさかす>로 향했다. 여행 중 몇 번이고 올 것처럼 대화를 나눴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처음 갔던 이후로 한 번도 가지 못했다. 타이밍 좋게 한 번 더 갈 수 있구나 들떴는데 열한 시부터 문을 연단다. 열한 시에 다시 올 수도 있었지만 뭔가 의욕이 떨어져서 포기했다. 지사카스가 문을 열었더라면 시간 보내기 참 좋았겠지만 닫힌 문에 할 일이 사라진 우리. 그냥 발길따라 돌아다니자.
공원이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전에 왔을 때는 노인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있길래 양로원인가 했더니 또 오늘은 아이들로 가득했던 곳. 동네 주민센터 같기도 하고 사실 아직도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나무 아래 벤치도 있고 또 한편엔 등나무도 있다. 우리도 이곳에 자리를 잡고 가만 앉아있었다. 정말 가만히.
그러다가 내가 오키나와 공원 중 가장 좋아하는 (그래 봤자 몇 곳 가지도 않았다)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또 가만 앉아있었다. 도쿄나 오사카에 비하면 심심한 곳이지만 그만큼 여유로웠던 오키나와. 오사카의 골목과 비슷하면서도 또 한없이 달랐다. 방사능과 지진 때문에 일본에 가기 꺼려하던 친구들에게 "그럼 오키나와를 가."라고 말하면서도 "오키나와도 오사카랑 비슷해?"라고 물으면 쉬이 "응."이라고 말하지 못했는데 또 그렇다고 "정말 달라."라고 말하기도 뭐-했다.
공원에서 시간을 때우다 보니 점심 먹을 때가 되었다. 점심은 마침 우리가 있던 공원 옆에 있는, 첫날 갔던 <마호로바 마제멘 まほろばまぜ麺>에서 마제멘을 먹으려 했건만 하필 세 번째 주 월요일은 쉰단다. 그리고 오늘이 세 번째 주 월요일이네. 마지막 날인데 뭐 이렇게 아쉬운 거 투성이지. 다른 걸 먹자니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캐리어를 챙기고 공항으로.
안녕, 오키나와
공항에서 가장 먼저 체크인을 하고 출국 심사를 받았다. 이번에도 가능한 앞열을 달라고 해서 두 번째 열로 배정받았다, 야호! 수하물을 붙일 경우에는 어디에 앉든 상관없지만 (거짓말이다. 나는 언제나 앞열을 선호한다.) 캐리어를 가지고 탈 경우에는 최대한 앞열에 앉아서 빨리 내리는 게 좋다. 비행기는 너무 답답해. 심사를 받고 안으로 들어와 오키나와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유부초밥과 장아찌로 버무려진 김밥을 먹고 늘어졌다. 이제 집으로 간다. 오키나와 정말 안녕.
정말 다 마음에 들었던 오키나와. 비가 내려도 좋았다. 다만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비행기에 아기들로 가득 차 있는 건 정말 스트레스였다. 본인의 아이를 케어 못하는 부모들이 다반수였고, 그나마도 몇 명은 달랜다고 달래는데 우는 아이보다 달래는 부모 목소리가 더 커지기도 했다. 갓난아기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건 정말 부모 욕심이다. 이건 그때도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 오키나와를 다시 한번 가보고 싶긴 한데 비행기 생각만 하면 꺼려진다. 오키나와 여행의 유일한 아쉬운 점.
2018년 3월 19일
캐논 EOS 6D
여행 중 책 읽기 #베를린과 소동들 #김지영
별탈 없이 사이 잠을 자면서 비행을 하려면 무엇보다 옆좌석에 앉는 사람의 성향이 중요하다. 기내에 있다 보면 세상에는 자신의 기분을 알리려고 하거나 상대방을 추호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예상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한다면 불면의 시간은 더욱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여행일기 #오키나와 편 연재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