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먼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전 말했던 여기서의 내 몰골만 보아도 예상하겠지만 지금 난 굉장히 건.전.함. 그 자체다. 흠...나쁜 건 아니지만 사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외국 생활이라 하면 막말로 내일이 없듯이 노는 그야말로 방..타...ㅇ..이라는 꽤나 고지식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건 무슨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생활 속에 놓여져 있다.
이곳에서의 대게의 일상을 말하자면 이렇다. (아, 이건 내 이야기다. 고로 일반화는 금물이다)
평소의 수업은 10-11시. 아침 9시는 넘어서야 느지막지 일어나 허겁지겁 하루를 시작한다. 15학점의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면 평균 오후 4-5시. 헬스라도 하면 오후 6-7시. 혹여나 교내 식당에서 먹지 않고 바로 집으로 오는 날엔 다같이 모여서 파티(라 말하지만 사실 같이 음식 만들어 먹는 소소한 저녁 식사 시간) 후면 하루가 어느새 다 가 있다.
게다가 숙제가 없는 날도 없다. 매 수업마다 에세이와 퀴즈가 있는 저널 수업, 그림 몇 장만 좌라락 그리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매일 종이 공작, 신발 소묘, 초상화, 과일, 유명 화가 작품 모사 등등 각양각색의 과제를 내주는 드로잉 수업, 틈틈히 인물 연대기를 작성하면서 캐릭터를 구상해나가는 연기 수업 등등 한국에서 안했던 공부를 이제와서 하고 있는 기분이다 하하하핳.
여기에는 이 스토니브룩의 '지리적 요인'이 굉장한 큰 몫을 하는듯하다. 그도 그럴것이 물좋고 공기좋은 곳이긴 하지만 교통이 굉장히 불편하다. 시티는 생각보다 먼 약 2시간이라는 거리에 위치한 데다가 차도 없는 비루한 교환학생에겐 매번 기차나 버스 티켓을 끊는 것도 부담스럽다.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고 싶어도 여기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맥주가 마시고 싶으면 한국에서는 집 앞 편의점만 가도 되었는데 근처에 번화가도 없는 이곳에서는 편의점은 기차역 옆에, 20분은 걸어가나야 한다. 뭐.. 아예 다 재끼고 시티까지 놀러나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생각만큼 끌리진 않다. 의외로 파티 체질이 아닌건가.(난 내가 정말로 그럴 줄 알았다) 간간히 술자리도 있긴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숙제나 시험공부를 하다가 "야, 스트레스 받으니까 삼겹살 먹으러 가자! 신촌 곱창 긔긔!" 하는 것들이 불가능하다는 것. 그 사소한게 굉장히 그립다. (하지만 돌아가면 이제 나와 놀아줄 사람은 없겠..지..)
쨌든 처음엔 이 유배지에 온듯한 기분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젠 이를 여유라 부르며 적응해 가고 있다.(좋은건가..) 강제 요리를 하게 되었다. 나름 냄비밥도 한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앞으로의 한 주는 또 뭘 해먹고 살지 고민한다. 작성한 장 볼 목록을 들고 마켓을 가는데 이 또한 차가 없는 관계로 버스를 타야한다. 그렇게 양 손 가득 식료품들을 사오면 내 위장도 든든, 내 마음도 든든.
뭐랄까...
미국 교환 학생이라기 보단
미국 사는 아줌마가 된 것 같다.
더불어 간도 정화되어가는 기분.
살도 빠져가는..건 아닌 것 같고.
#사실이제 #한계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