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대화한다는 것은

한번 두번 차곡차곡 덧대는 일

by 양애진
얼마전 소피아와 뉴욕 시티 나들이를 하던 중, 잠시간 서로에게 불만이 생긴 일이 있었다. 하지만 각자의 진의를 전할 만한 마땅한 표현을 찾지 못했고, 그 답답함은 더해져 가다가 결국, 서로에 대한 언짢음으로 옮겨갔었다. 그리고 지난 주에는 샹펑과도 상당한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렇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대화한다는 것은 좀더 세심함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사실 언어의 해상도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오감의 해상도보다 현저히 낮기 때문에 대화를 할 때나 글을 쓸 때나, 알맞은 단어와 표현을 쓰기 위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읽어보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이 언어의 그물망 사이로 반드시 오해가 쌓이게 되고, 결국은 갈등으로 번지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모국어를 사용할 때도 마찰이 생기는 데 하물며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어련할까.


물론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간단한 친목 나눔을 하거나 가벼운 장난을 칠 때에는 모국어보다 더더욱 성기게 짜여진 외국어의 그물망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외국에서 사는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좀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좀더 촘촘한 그물망이 필요했다. 분명 제대로 된 몇 마디면 해결 될 아주 사소한 일들이었지만, 이 제대로 된 몇마디가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너무나 사소했기에 더더욱 사소한 표현 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해졌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는 일이었다. 이 식상한 말이 정말 맞았다. 언어란, 수많은 의미와 의도가 담겨져 있는 그 자체로서의 문화였다. 때문에, 때론 똑같은 단어라 할지라도 각자의 문화에서는 '다른' 의미, '다른' 의도를 내포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가볍게 던진 말도 지나치게 크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뜻으로 받아들여져 기분이 상한적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각자 차분해질 시간을 가진 뒤에 다시 찬찬히 대화를 시작하면 조금씩은 풀리기 시작한다는 점. 무엇이 불만이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왜 그러했던건지, 뭘 원하는건지.. 그렇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가다 보면 각자가 살아온 환경이, 생각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완벽한 이해는 되지 않더라도 그 다름을 받아들일 수는 있게 되었달까.


뭐, 때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경우도 있었다. 카렌과 이야기하던 중, 마땅한 영어 표현을 찾지 못해 서로의 눈만 바라보며 어버버 거리다가 어느 순간 동시에 '그래, 나도 뭐라 말해야 하는지 몰라! 하지만 지금 너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알겠어!' 라는 의미가 담긴 "아~!!" 하는 탄성을 내지른 것이 그러했다. 무슨 무성영화 배우에 빙의한 것만 같았다.



비록 성긴 그물망일지라도 한 번, 두 번, 세 번 덧대면 조금씩 촘촘해져 가는 것처럼,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할지라도 그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오늘의 결론은 #쨌든잘화해함 #영어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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