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웃픈 이야기

지독히 현실적인 교환의 실상

by 양애진
독일로 교환을 가 있는 동기 언니한테 카톡이 왔다. 오랜만에 한다는 말이 "너 너무 수척해"란다. 표현이 좋아 수척이지 사실 저 말은 '너 폐인같아'라는 뜻이라는 걸 안다.
그래, 사실 맞는 말이다.

요즘 난 야생 상태다. 이곳에 와서 점점 여자이기를 포기해가는 것 같다. (원래 그랬나..) 그도 그럴 것이 옷 사는 곳도 참 멀기도하고 비싸기도 하고 뭔가 신발이나 악세사리같은 사소한것도 불충분하고 다 사야하다보니까 그냥 아예 다 놓게 된다. 게다가 나중에 돌아갈 때 짐으로 부쳐야할 생각하면 돈 낭비에 골머리만 아플 것 같아서 그 돈으로 틈틈히, 혹은 나중에 있을 여행 경비나 해야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옷은 매번 스토니브룩 후드티나 후드집업, 잠옷으로만 입던 스크랜튼 티와 운동용 레깅스. 여기 학생들도 대부분 기숙사생들이다 보니 수업시간에 보면 다들 아무거나 걸치고 오거나 떡진 머리로 오는 경우도 많아서 아무런 창피함도 없다. 이것은 마치 시험기간의 이대 같다.


그렇게 옷이 추레하다보니 얼굴도 추레해진다. 물론 화장으로 커버하면 생기는 되찾겠지만 게으른 자의 아침은 매번 바쁜 관계로 로션바르듯 선크림과 눈썹만 그린 후 후다다닥 방을 뛰쳐나가게 되고, 어쩌다 시간이 많을 때도 후레한 옷차림과 화장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포기하게 되고, 어차피 수업이 끝나면 헬스장에 가서 땀을 흘리게 되어 있으므로 아이라인은 점점 잊혀지게 된다. 게다가 그동안 바다니 호수니 계곡이니 물놀이를 하며 하도 태웠더니 얼굴도 까매져서 한 층 더 톤이 어두워졌다. 흙흙해, 칡칡해.. 그래, 뭐.. 추레해지는데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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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얼굴이라도 좀 밝아 보이게 만드려고 어제 차이나 타운에서 버블버블 염색약을 사와 신나게 염색을 했다. 그런데 이게 또 문제가 내 모발은 쓸데없이 참 굵어서 염색 약이 잘 안 먹힌다. 분명 붉은 갈색으로 했는데 뭐가 변했는지 모르겠다. 햇빛에 비추면 은은하게라도 보이려나.. 돈을 차이나타운에 버리고 온 기분이다.


#셀프염망 #하필이면옷도군복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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