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16 타지에서 가장 서러운 시간
외국에서 생활할 때 가장 서러울 때는 언제일까?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 때? 쇼핑을 마치고 무거운 짐을 낑낑거리며 들고 올 때? 매운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아니. 누가 뭐라해도 가장 서러운 시간은 바로 '아플 때'다.
액팅 수업을 듣다 보니 몸의 움직임에 관심이 생겼다. 마침 기숙사 문 앞에서 댄스 동아리 오디션 공고를 발견했다. 그래. 이게 시작이었다.
내 인생에 춤이라 하면 한 마디로 '막춤'.
춤을 배워본건 새내기 때 친구와 학교 앞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가 (그것도 무려 3개월이나!) 결국 3번으로 마무리를 했던 것이 다 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곳에 와 있는 만큼 후회 만큼은 남기지 말자는 심정으로 '에라 모르겠다!' 신청! (정말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하지만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무릎 아작난다 했던가. 혼자 방에 틀어 박혀서 춤 연습에 매진하던 차. 영상 속 댄서가 박자에 맞춰서 무릎을 돌리는 동작이 무지무지 시크해 보이길래 '오 나도 할 수 있어' 하며 따라하던 순간, "두두둑!!!" 으갸갸갸갸갹 ...그대로 방 바닥에 털썩 쓰러져버렸다.
바로 집 앞에만 나가면 병원들이 널렸던 서울에서와 달리 여긴 병원에 가려면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고, 셔틀버스도 환승해야 하니 지금 다리 상태로는 갈 수도 없다. 그나마 주변 사람들 덕분에 파스를 붙이고 얼음찜질을 하고있다. 아무래도 지난번 스쿼시 연습 때 한 번 다친 이후로 증상이 잦아지는 것 같다. 정말 병원을 가봐야겠다.
다음날 월요일. 급한대로 대학내 건강센터를 찾았다.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께서 무릎을 이리저리 살펴 보시더니 엑스레이를 찍어봐야할 것 같다며 대학 병원에 다녀오란다. 하지만 병원 영업 종료 시간은 '오후 5시'(미국은 대부분 5시면 퇴근시간이다) 고로 내일 가야한다....
게다가 개개인이 각자 알아서 의료보험을 들어야 하는 이곳 미국에선 엑스레이를 한 번 찍으려해도 자기 보험회사에 연락해서 얼마나 커버해줄 수 있는지 물어야한다. 아픈데 복잡하다.. 끄응
또 다음날. 다행히 보험회사 측에서 진료비 100% 커버 가능하다고 한다.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대학 병원을 찾아갔지만 더 복잡한건 병원. 보험도 확인하다보니 접수 시간 자체도 오래 걸린다. (그나저나 접수처의 흑인 이모가 머리를 긁는데 순간 머리 전체가 흔들려서 깜짝 놀랐다. 가발이었나..)
한국에 있을 땐 잠옷 차림으로 슬리퍼 찍찍 끌고 집앞 병원에 가면 문앞에서 바로 접수 후(정말 초간단&초스피드) 진찰을 받고, 옆 방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와 검사 받으면 끝!이었는데 지금 이 다리를 이끌고 걸음과 버스를 몇 시간 동안이나 왕복하고 있다. 미국의 거대한 땅덩어리를 부러워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 쨌든 수업도 빠지며 간신히 엑스레이를 찍으니 또 오후 5시가 넘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건강센터로 또! 가서 또! 혈압을 쟤고 또! 열검사를 하고.. 이 과정을 대체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 복잡한 병원 시스템. 정말 여기선 함부로 아프지도 못하겠다.
어쨌든 검사 결과, 다행히 뼈가 부러지진 않았고 다만 무릎에 물이 차서 부은거란다. 완치되려면 4-6주 걸리지만 아프지 않으면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티는 안냈어도 걱정스러웠는데 큰 문제는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후하
집에서 아프면 어린냥만 부리면 되었고 상경한 후에는 동생에게 매달리거나 근처 병원으로 후딱 가면 되었는데 여기선 정말 교통이든, 보험이든, 병원이든 내가 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한다. 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렇게 멀리 있었다. 나중엔 어떡하지..
PS. 계속 황홀한 교환생활보단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만 올려 좀 그렇긴하지만 쨌든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핳
#그러나오디션은 #이미저하늘나라로 #시도라도해보고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