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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Aug 09. 2017

출판사 미팅을 했다.

하지만..책을 쓰는 일은 그만 두기로 했다.

네이버에 지난 시간들이 소개된 지 얼마지 않아 SNS로 한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더농부에 올라온 글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혹시 책을 염두하고 글을 쓰기도 하셨는지요?"


그간 책에 대한 욕구는 여러 번 불타 올랐었다.

하지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 있었는데

바로 '틀'의 문제였다.


정해진 틀이 없는 자유는 자유라 말할 수 없었다.

역시나 틀이 없는 이야기는 이야기라 불리기 어려웠다.

일정한 방향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는커녕 독자를 혼란에 빠트릴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틀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기록들은 시간 혹은 공간을 따른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일기 속 문장들은 시간을 되려 역행하면서 의식의 흐름을 따르기 일쑤였다.

사소한 질문으로 시작했던 여행은 정답을 찾기는커녕 또 다른 질문들로 이어졌기에

그간의 시간들은 같은 선상에 놓인 하나의 단어로 묶기에는 지극히 산만하고 어지러웠다.


이러한 이유로 누군가가

"왜 여행을 떠났던 거야? 여행에서 무엇을 느꼈어?"라고 물을 때면

알맞은 수식어를 찾지 못해 어버버 거리는 경우가 잦았다.


이러한 고민을 펼쳐놓았다. 그러자 그렇다면 틀을 '질문'으로 잡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이 돌아왔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적다 보면 자연스레 여행의 기록들을 꺼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

맞는 말이었다.

질문으로 시작한 여행이니

그 기록 또한 질문의 순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질문’ 

그게 바로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틀이었다.

생각보다 일이 재밌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책을 쓰는 일은 그만 두기로 했다.


기록하는 일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 기록을 정비하지도 못한 채 곧바로 정제의 과정으로 건너뛰기에는 설렘보다 막막함이 앞섰다.

에너지가 분산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함이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혼자 묵묵히 가기로 했다. 책은 언젠가 분명히 꽤나 단단한 모양새로 나올 것이기에 아쉬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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