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가.

<일본 농촌탐험대_도쿄> @츠타야 서점

by 양애진


농촌 답사라며 서점이 웬 말이냐 할 수도 있겠다. 인터넷 서점의 우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서점으로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츠타야 서점의 공간 활용법이 궁금했다. 서점의 최고 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아키는 <지적자본론>에서 말한다.


“기업 활동의 본질은 창조다.
유통업이라면 매장 공간을 창조해야 한다.
회사는 그 자체로 미디어다”


지난 넥저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비단 기존의 언론사만이 미디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미디어의 본질이라면 그 방식에서는 충분히 자유로워도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그게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CSA는 결국 소비자를 농장이라는 오프라인 공장으로 불러오는 일이다. 때문에 ‘공간’이 중요해졌다. 팜프라 로고를 만들 때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사다리’ 시그니처로 ‘농촌 진입장벽 낮춘다’라는 팜프라의 본질을 설명하되 진주의 숲이라는 독특한 장소를 우리의 차별성으로 시각화할 필요가 있었다.

쨌든, 그의 책을 들고 그 공간에서 가서 저자의 의도를 읽은 즉시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가히 감동적이었다. ‘라이프 스타일 산업의 최전선’이라는 수식어에 알맞게 서점의 곳곳에는 ‘취향의 제안’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T-site

다이칸야마 T-site ©YANG



시부야에서 30분 정도 사람 없는 골목을 거닐다 보면 어느 순간 무언가 감성적이고 스웨그 넘치는 상점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알고 보니 이 모든 공간이 다이칸야마 T-site. 서점뿐만 아니라 비슷한 느낌을 가진 레스토랑, 옷 가게, 소품샵 등 전혀 다른 종류의 것들을 한 데 모아 두었음에도 하나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한가운데에 자리한 것은 서점이 아닌 다름 아닌 주차장. 비싼 땅값에도 불구하고 공간의 반을 주차장이 차지한 것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고객에게 ‘상쾌함’을 선사하기 위함이란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높다란 초록빛 나무와 눈앞의 전면 유리의 츠타야 서점, 아 그러하다.


1. 가판대와 책장의 진열 방식.


왼) 기존의 방식을 해체하고 '취향'에 따라 재정렬한 책, 우) 책의 표지가 보이는 배치 방식 ©YANG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책의 정렬 기준은 바로 ‘취향’. 스포츠 잡지 앞에는 필라 운동복이 함께 있고 도쿄의 수공예 장인 이야기를 다룬 책 옆에는 수공예품이 있는 식이다. 당장에 예정해둔 책을 사러 오는 사람에게는 알맞지 않은 정렬 방식일 테다. 허나 그들에게는 온라인이라는 더 효과적인 방식이 있다. 여기는 단순히 책을 사러 오는 곳이 아니라 둘러보다 보면 그냥 자연스레 책을 보고 읽게 되는 곳이다. 책의 표지가 보이도록 배치해둔 것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일조한다.


2. 소품의 배치

소품과 책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YANG


정말이지 책장 중간중간에 놓인 옷들은 물론 바코드가 달려있는 판매하는 상품이다. 물론 이 상품만을 사기 위해 고객이 오는 경우는 드물 수도 있겠다. 아마 디스플레이 목적이 크겠지. 그런데 그 작은 배치의 효과는 무시할 수가 없다. 힙합 음반 옆에 놓인 래퍼들의 사진, 싸인, 이야기들은 공간을 단순히 서적만 다루는 서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공간이게끔 인식하게 한다.


3. 건물의 구조

어느 각도에서도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은 책장 배치 ©YANG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치는 없다. 건물 내부에서조차 사방이 다 보이는 구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살짝 어스듬히 설치된 벽과 같은 책장들이 시선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구석구석마다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거대하고 화려한 충장서점 보다 그에 비해 세련되지 못하고 다소 소박했던 삼복 서점을 더 좋아했던 것은 숨어 앉아 책을 읽을 공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도서관과 비슷한 느낌. 한창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엄마가 부르면 아쉬운 마음에 책을 놓고 가곤 했던 공간, 그러가 마음에 남으면 결국은 구매를 하게 만들고야 말았던 공간 말이다.


4. 공간의 배치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 공간 구조 ©YANG


세 건물로 이루어진 공간은 크게 네 갈래로 배치되어 있다. 1층은 Book, 2층은 DVD/라운지/CD. 라운지에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 노트북을 열고 업무에 열중하는 사람, 고풍스러운 와인을 즐기는 사람, 커피 한 잔에 친구와 수다를 떠는 사람.. 모두가 지나치리만큼 자연스럽게 한 공간에 존재한다. 이음 다리를 건너 옆 건물로 들어서면 이번에는 좀 더 캐주얼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조금 더 젊은 분위기로 변한다. 고작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각자의 옆에는 스타벅스 로고가 박힌 음료 한 잔은 마치 꼭 들어맞는 세트처럼 자리한다.


5. 서점과 스타벅스

카페와 서점의 경계를 찾기 어렵다. ©YANG


라이프 스타일 제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지향하는 바가 같다 보니 츠타야 서점마다 스타벅스가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굳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디서부터가 카페고 서점인지 그 경계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에게 스며들어 있는 두 공간. 구분 없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테이블. 하지만 모두의 손에는 스타벅스가 들려있다.


6. 편안한 인테리어

무척 편안해 보이는 두 사람 ©YANG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를 중시하는 저자에 따라 눈앞의 전경들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눈이 편안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다갈색의 나무 책상, 나무 천장, 나무 벽, 나무 말. 바닥. 은은한 노란빛이 감도는 불빛을 따라 고개를 천장을 향해 드니 한지 종이 질감으로 덮인 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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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정말로. 조금 과장하자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정도. 저녁을 포기하고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밤을 지새워도 충분히 괜찮은, 아니 그러고 싶은 곳.




덧, @시부야 츠타야

CD와 DVD 렌탈이 주를 이루는 시부야 츠타야 서점 ©YANG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가기에 앞서 시부야 교차로를 거닐던 중, 발견한 시부야 츠타야. CD가 렌탈이 된다고? 아직까지 음반시장이 이토록 살아남아 있을 수 있다고? 시부야 매장은 책보다는 CD 와 DVD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아마 시끌벅적한 시부야 거리와 주요 타겟인 그 공간을 채우는 20-30대 젊은이들을 공략한 것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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