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일본 #농촌탐험대 도쿄> @아사가야 대형마트

by 양애진

부제: 일본의 어느 동네에서 떠올린 세 가지 기억(1)

개별로 소포장된 채소들 ©YANG



“우리 동네에 세 가지 타입의 채소 가게가 있어”

농업에 관심이 많아 일본을 찾아왔다는 내 말에 집 주인 할아버지가 손가락 세 개를 보이면서 하신 말이다. 할아버지의 안내를 따라 간 곳은 1) 어디에나 흔한 대형마트, 2) 유통거리를 확 줄인 로컬매장, 그리고 마지막은 3) 역 근처에 위치한 시장이었다. 이 세 곳에서 떠올린 세 가지 기억들.

#첫번째_기억 @대형마트_소포장
어느 날 친구와 점심으로 샤브샤브를 먹던 중이었다. “왜 우리나라에는 소포장 된 고기를 팔지 않는 거지?” 외국은 2-300g씩 작게 포장되어 200엔에도 쉽게 고기를 사 먹을 수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냐는 친구의 물음이었다.

하긴 2년 전 파리에서 매일 고기를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식사시간이 되면 터덜터덜 집 앞 슈퍼마켓에 가서 2-2.5유로짜리 고기 한 팩을 사 와서 곧바로 밥이랑 구워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되었었다. 하지만 정작 돌아와서는 흠.. 인터넷으로 한 번에 다량을 주문한 뒤 집에서 5-6봉지로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고 하나씩 꺼내 먹었다. 꽤나 번거로운 일이었다. 꽁꽁 얼어 달라붙은 삼겹살을 해동하는 일도, 억지로 뜯어 보려다 잘기잘기 찢어버린 일도, 너무 답답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가 그대로 익어버린 일도..

그렇다.
자취생에게, 아니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집에서 고기를 먹는 일은 사실 매우 귀찮다.

가지런한 아스파라거스와 소포장된 채소들 ©YANG



이미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35%에 달한 일본은 이런 현황을 반영하듯 청과 축산 모든 분야에서 1인용 소포장을 매우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인 할아버지를 따라간 대형마트의 외관은 어디나 그러하듯 별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청과매장에 들어선 순간 발견한 차이점은 모든 과일과 채소들이 개별 포장이 되어 있다는 것. 쪽파 한 단, 심지어 배추는 반포기를 넘어 1/4포기로 포장되어 있었다.


역시나 한두 덩이씩 소포장된 생선과 축산 ©YANG


비단 청과만이 아니었다. 축산 쪽에 들어서자 마찬가지의 장면을 볼 수 있었다. 2-300g씩 나눠진 한두 덩이의 돼지고기는 지난날의 파리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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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결국은 사람들의 욕망,
즉 ‘니즈’에 의해 생겨난 거야.”
시골만 찾아다니며 여행하던 내게
누군가가 했던 말이다.
농업을 도시에 알리기 위해서는
결국, 도시를 먼저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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