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라는 무취무색의 단어

<일본 #농촌탐험대 도쿄> @d47 식당/뮤지엄/스토어

by 양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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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목포를 찾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목포 원도심에 위치한 어느 샛노란 건물을 찾았다. 이름은 우진장. 작년에 한량유치원 제주를 만들었던 이들이 목포에 정착한 곳이다. 전혀 연고 없던 목포에 그들이 끌린 이유는 왜 였을까?

마치 60년 전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이곳에서 그들은 목포가 가진 본래의 것, 목포만의 어떤 개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작 지역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서 자신들이 가진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미쳐 알지 못하곤 한다. 이에 지역의 숨겨진 매력을 발굴하는 일이 필요해졌다. 누군가에겐 그저 별볼일 없는 공간이 누군가에겐 전에 없던 새로움 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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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디파트먼트 도쿄 ©디앤디파트먼트


일본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시작한 가게가 있었다. 이름은 D&DEPARTMENT(이하 디앤디). 분명 ‘디자인과 지역’이라는 의미를 담았을 이름. 그 이름답게 디앤디는 외부의 시선에서 일본 지역 곳곳의 개성을 찾아내는 중이었다. 일본의 ‘진짜 디자인’은 도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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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7 디자인샵에 전시된 물건과 그 아래 배치된 d design travel 잡지 ©YANG



이러한 디자인을 그들은 ‘롱 라이프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모양과 디자인 개성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물건이 만들어진 방법, 판매 방법 등 디자인을 둘러싼 환경까지 갖추어져 있어야 오래도록 사용되고 계속 물건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에게 지역과 물건을 심도있게 이해하고 전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지역 디자인을 넘어 지역을 전하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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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히카리에 층별 안내판 ©YANG



시부야 한복판에는 이런 디앤디파트먼트가 운영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d47’이 있다. 역시나 'd'는 디자인, '47' 은 47개 도도부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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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47개 지역의 매력과 디자인을
‘먹고, 보고, 구매하는’ 경험을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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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design travel 지난 잡지들 ©YANG



@d47 SHOKUDO :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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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7 식당 ©YANG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음식’을 테마로 생산자와 그릇 제작자의 마음을 전하는 식당이었다. ‘올바른 일본의 밥’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이곳에서는 일본의 47개 지역의 레시피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꼭 여기서 밥을 먹어보리라 다짐했었는데 일정이 늦어진 바람에 점심시간을 놓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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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부분에 지도가 표시된 메뉴판 ©YANG


아쉬운 마음에 괜히 메뉴판을 펼쳐보는데 메뉴마다 어느 지역에서 온 레시피와 식재료인지 표시되어 있다.



@d47 MUSEUM :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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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치바현의 소품들 ©YANG



'47 도도부 현 다움'을 전시하는 곳으로, 일본 전 지역의 숨겨진 장인정신을 발굴하여 선 보이고 있었다. 전시 품목은 다양했다. 마침 얼마전에 발간한 3월호 치바 편에 맞추어 치바현의 개성을 '디자인' 과 '여행'의 관점에서 보는 전시회 ‘d design travel CHIBA EXHIBITION’ 이 한창이었다. 치바현 특유의 도구와 생활 용품, 심지어 건축 자재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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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현 지역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YANG


전시장 내부 사진을 찍는 것도 자유로웠으며 나아가 전시장 끝에는 전시해 놓은 치바현의 제품을 살 수도 있게 구비해 놓았다. 이럴수가.


@d47 design travel store : 디자인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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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와 제품의 이야기가 적혀있는 카드들 ©YANG



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디자인을 보존하기 위해 지역 상품으로 가득 채워진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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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과 관련된 모든 스크랩 자료를 모아 놓은 곳 ©YANG


특히나 인상깊었던 것은 각 지역의 매거진을 만들면서 모아둔 지역 정보지, 팜플렛 스크랩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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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소들의 팜플릿들까지 정말 없는게 없다. ©YANG



지역의 전통 수공예품 부터 여행 정보, 지역 음식, 지역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까지. 특유의 세심함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 마치 한 편의 지역 포트폴리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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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처럼 많은 의미없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좋은 디자인의 물건과 정보를 ‘구조’해 낸다.

지역의 ‘개성’ 과 ‘다움’ 을 구하는 것.
디앤디가 가진 디자이너로서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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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지역’은
무취무색의 단어가 되어 버렸다.
서울과 지역으로 나누는 순간
지역은 의미를 상실했다.
서울이 아닌 그 외의 곳,
거기서 거기인, 특색 없는 곳..

그러나
지역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역은 없다.
지역 ’다움’ 을 찾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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