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촌탐험대 도쿄> @아사가야 역 고가철도
#세번째_기억 @고가도로 하부공간: 도시재생
한동안 자취를 했던 이대역 옆에는 웨딩거리가 있다. 그 옆에는 북아현동 가구거리. 첫 자취를 시작할 때 책장을 샀던 곳이다. 웨딩과 가구, ‘시작’, 과 ’처음’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거리. 하지만 조금만 더 걷다 보면 이 반짝이는 단어들과는 대조되는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마치 딴 세상에 온 것처럼.
그곳은 아현동에서 충정로로 이어지는 고가도로 부근이었다. 고가도로에 가려진 길가는 피치 못하게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늘이 진 그 자리에는 장미, 백합, 데이지... 하필이면 하나같이 꽃 이름들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낮에는 불이 꺼진 곳들이지만 아마도 밤에는 반짝거릴 것이라 으레 짐작만 했던 거리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가건물로 이루어진 마찬가지로 반짝거릴 포장마차 거리가 있었다. 고작 역 하나 차이였을 뿐인데 마치 20년과 같은 간극에 동공을 굴리며 놀랐던 일은,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아현역 고가도로 철거 전후 비교 ©뉴스1
아현역은 몇 년 새에 몰라볼 정도로 외관이 달라졌다. 그 많고 많던 반짝였을 꽃집들도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생겼다. 아파트가 있는 곳엔 언제나 그렇듯 마트들이 따라왔다. 갑자기 어떻게? 46년을 머물던 그 오래된 고가도로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대개 고가 도로 아래의 공간은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거나 큰 덤프트럭의 주차장으로 쓰이는 모습을 보곤 한다. 과거 교통 편의를 담당했던 것이지만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도시경관과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앞으로 계속해서 고가도로를 철거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 결과,
고가도로는 없어졌다.
포장마차도 없어졌다.
사각에 빛이 들어섰다.
동네는 깨끗해졌다.
.
도쿄 유라쿠초 역 고가 철도 밑 상가들 ©YANG
일본도 역시 마찬가지의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유독 지상 철도와 고가도로가 많기 때문에 수많은 사각지대를 고민했을 것이다. 해결책을 찾던 중, 고가도로와 고가철도의 하부 공간을 개발하여 상가로 만들기로 했단다. 오히려 도시 환경을 저해하는 이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실제 일본은 고가도로 하부공간 점용허가기준, 소방 기준 등의 이용 계획 제도를 갖추고 있다.
아사가사역 고가 하부에 위치한 청과매장 © YANG
주인 할아버지가 데리고 간 마지막 채소 가게가 바로 이런 상가에 있었다. 얼마 전 재개발을 했다는 이곳은 고가도로가 오히려 지붕이 되어 굳은 날에도 날씨 걱정 없는 하나의 상가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 청과 매장들이 모여있는 공간은 으슥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덧,
오) 깔끔하게 타일이 깔린 아사가사 역전시장, 왼) 시장 안 청과매장 © YANG
고가 밑 상가를 지나니 기다란 상가가 또 하나 나타났다. 양쪽에 늘어선 작은 건물들 위로 높다란 지붕이 쓰인 길목. 아마도 시장이었다. 족히 30년은 되었을 법한 오래된 건어물 가게가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타일이 곱게 깔린 거리는 백화점 만큼이나 깨끗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
.
.
도시를 재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아예 없애든가, 고쳐 사용하든가. 결국 도시를 살린다는 목적은 같다. 우리와 달리 민간기업이 철도를 운영하는 일본은 철도를 없애기보다는 상권으로 활성화한 뒤 부동산 사업을 하는 것이 회사에도 더 이득일지도.. 그러고 보면 도시재생의 대상이누구인지는 당최 미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