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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Feb 08. 2021

에필로그

지난 3년의 회고를 마치며..

서울에 올라온 뒤 한 달 내내 거의 집콕만 하면서 회고록을 작성했다. 팜프라를 단순 스타트업이라고 말하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스타트업일까?’하는 고민이 너무도 많았다. 고민 끝에 앞에 ‘시골’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로 했다. 우리가 했던 모든 고민들은 결국 남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야 시골 스타트업 창업기 마침.


지난 3년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고 있는 방향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 매년마다 회고를 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그동안 무엇을 했으며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관한 꽤나 많고 긴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촌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기록이지만, 무에서 유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계신 누구라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나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이 기록을 공유합니다.





| 연도별로 보는 지난 3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팜프라의 3년이 한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었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보니 이제야 우리가 만들어낸 단계적인 성과들이 보였다. 덩어리를 만들어 내고  안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이토록 중요하다.



| 키워드로 보는 지난 3년

#돈과_대안

주어진 환경과 경제적 층위가 다름으로 인해 누군가는 원치 않은 박탈감을 주고,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 일이 싫었다. 모든 게 돈 때문인 것 같아서 돈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돈 없이 행복할 수는 없을까 궁금해서 자급자족에 끌렸고, 대안공간과 대안 공동체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안이 대안이 되지 못하는 현실, 대안 안의 또 다른 모순들을 발견했다. 대안이란 기존의 것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늘리는 것이며,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촌이라는_선택지

주변에서 요구하는 획일적인 삶의 방식이 아닌 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꿈꿨다. 촌이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도시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선택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 기반 사람으로서 실제 촌에 대한 경험이 절실히 부족했다. 내 말에 힘이 없었다고 느껴졌다. 섣불리 말하기 이전에 플레이어로서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매개자_역할

촌에서의 활동을 촌 내에서만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시의 소비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교류 지점을 만들어내는 데에 관심이 많았다. 지역 불균형이든, 지방 소멸이든 고립이든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촌을 도심의 시선에서 제대로 ‘잘’ 풀어내기 위해 방법적, 특히 시각적인 고민이 많았다. 동시에 촌이 도시의 식민지화가 되는 듯한 모양새는 싫었다. 쌍방에게 좋은 접점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껏 해온 것이 누군가에게 정말 쓸모와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는 사실에 기뻤다. 실질적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동체_말고_회사

팜프라에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했고, 기존의 시스템에 조금씩 유의미한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익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법인이라는 새로운 생명체까지 탄생한 마당에 영원히 지원사업과 용역으로 생계를 지속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현실에 발붙이자며 ‘회사’를 표방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동의로 시작했다. 정책의 틈새를 발견하고 제안할 수는 있으나 그걸 입법하는 것은 회사가 하는 일은 아님이 분명했다. 돈은 결국 회사의 생명을 지속하게끔 하는 ‘피’와 같았다. 단순히 좋은 활동에 그치지 않고 삶으로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대로 된 수익이 있어야 한다. 애초에 문제를 제기하는 운동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하겠다고 시작했던 것 아닌가. 한동안 "그래도 개인적으로 집에 여유가 있어서 팜프라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해왔다. 이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 점차 기업이라는 것이 진심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 사진으로 보는 지난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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