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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애진 Feb 07. 2021

07. 다시

[2020년 연말 정리] 2020년 정리를 마치며

2018년 1월 1일 진주 숲을 처음 찾아갔으니 팜프라를 만든 지도 정확하게 딱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을 나타내는 수식어는 다음과 같았다. (매년 사자성어로 수식하는 습관이 있다)

1년차 우공이산: 그동안 우스갯소리로 나눴던 몽상들을 직접 실험에 옮겨보겠다는 다짐이었다.

2년차 마부작침: 거대한 움직임보다는 바늘 같은 섬세함과 정교함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다짐이었다.

3년차 학행일치: 실천과 배움이 일치할 수 있도록 경험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돌아보니 나도 모르게 배움 후에 행동으로, 행동 후에 배움으로 반복하면서 나아가고 있었다.


지난겨울 어느  마을에 외부 손님이 방문했고, 마을 이장님과 사무장님, 남해군 청년과 과장님과 팀장님을 비롯한 팜프라 멤버 전원이  함께  자리에 모였다. 외부 손님과 대화하던 사무장님이 말했다. “원래 마을 사람들이 그런 적이 없었는데 애들 오고 나니까 귀촌한 사람한테 어서오시다 라고 하더라고요!" 외부 손님이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마을 분들과 하는 잔치를 봤을  얼마나 감동이던지. 엏게 보이지 않는 작은 경험들이 모여 점차 변화를 만들어 내는 거죠"


'우리가 했었던 모든 일들이 과연 어떤 가치가 있었을까, 아니 가치가 있기는 했을까..' 내내 들었던 회의감이 무색하게 눈앞의 그들은 우리의 지난 모든 일들이 하나도 버릴 것 없이 소중하고 몹시 가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남해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책상 위에는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결과물들이 놓여있었다. DIY 집짓기 매뉴얼, 청년마을 운영, 남해군 청년 친화도시, 마을과 함께한 팜프라 매거진, 남해바래길 디자인 개발.. 우리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구나. 많은 단계를 거쳤구나. 순간 너무 눈물이 날 것 같아.. 고개 숙여 차만 따르다가 그만 찻주전자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남아본 사람으로서, 내가 떠나는 게 남겨질 사람들한테 상처가 안 됐으면 좋겠다. 오히려 다시 서울로 감으로써 그들에게 힘과 응원이 됐으면 좋겠다. 지지하는 도시의 동료이자 소비자로서)



팜프라는 '쌓이는 시간으로 견뎌내는 것을 배웠던 시간'이었다. 

자산을 제대로 알고 통제하고 다루는 능력도 중요하고, 동시에

자산에 귀속되지 않은 보이지 않는 가치를 아는 것도 중요함을 배웠다.

둘 모두를 제대로 아는 것이 진짜 선택권이고 자유임을 깨달았다.


올해는 오롯이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동안 만들고 싶었던 것, 쓰고 싶었던 글, 배우고 싶었던 그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다 해보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의 수식어는  무궁자재(無窮自在)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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