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사이드웨이 Sideways

앞길은 막막하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나요?

by 브라우닝

여기 중년의 두 남자가 있습니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 그리고 그의 친구 마일즈

마일즈는 잭의 결혼을 축하할 겸 함께 여행하며 캘리포니아의 포도주 양조장 , 즉 와이너리 투어를 하려고 합니다. 참 근사해 보이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두 남자의 여행은 점차 엉망이 되어 갑니다.

캘리포니아의 맑고 화사한 풍광과 달리 두 남자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하며 혼란스럽기때뮨이죠.


은 한 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이제는 광고의 목소리 연기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1주일 후 하게 될 결혼에 확신이 없습니다. 약혼자의 가족들과 있는 시간도 가시방석이고요. 결혼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자신이 없습니다. 친구 마일즈와 같이 떠날 여행에서 결혼 전 마지막 (?) 일탈을 한껏 즐기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습니다.

방탕과 일탈을 도모하는 잭과 달리 마일즈는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있습니다.


중학교 영어교사인 마일즈는 약 2년 전 이혼 후 우울증에 시달리며 약을 먹고 있고 무엇보다 출판사에 보낸 자신의 소설에 대한 응답을 기다리느라 마음이 무척 초조한 상태입니다. 이번에 꼭 등단하여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일즈는 자신의 출판대리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행 첫 날인 토요일 자신의 집이 있는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에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잭을 태우기 위해 가는 마일즈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친구에게는 온갖 핑계를 대며 변명을 하고 빨리 가겠다고 하지만 가면서도 여유와 늑장을 부립니다. 여행이 반갑지만은 아닌가 봅니다. 마일즈는 양조장을 돌며 마시고 취해서 현실을 잊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잭과 여행을 떠난 마일즈는 본격적으로 양조장 투어를 돌기 전에 엄마가 계신 Oxnard에 들립니다. 내일 엄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들린 마일즈는 초라한 꽃다발과 급하게 갈겨 쓴 생일카드를 드립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적당히 기분을 맞춰주던 마일즈는 엄마가 취한 사이 엄마 방의 서랍에서 돈을 슬쩍 꺼내가는 한심한 아들입니다. . 하지만 인생의 다른 모든 일 앞에서는 자신이 없고 주저하는 마일즈이지만 단 하나 와인을 마시며 그 감상을 나눌 때는 단호하고 거침이 없습니다. 자신의 미각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때로는 찬사를, 때로는 거침없이 혹평을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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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을 꿈꾸는 과 술 마시며 모든 것을 잊고 싶은 마일즈,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서 펼쳐지는 7일간의 두 남자의 여행은 어떻게 될까요?

1.jpeg 두 남자의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그 이후에는?

영화 사이드웨이 Sideways는 2005년 개봉된 알렉산더 페인 감독, 폴 지아마티, 토마슨 헤이든 처치, 버지니아 매드슨, 산드라 오 출연의 미국 영화입니다. 장르로 치면 코미디입니다. 개봉 당시 좋은 평가를 받았고 77회 아카데미 각색상, 62회 골든 글로브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 각본상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동명의 원작소설이 있습니다. 와인과 연결되어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 그 당시에는 보지 못 했고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최근 영화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를 작년에 본 후 이제서야 보게 되었네요.


배우 폴 지아마티는 바튼 아카데미에서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도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중년 남자의 모습을 진솔하게 잘 그려냅니다.


국내에서는 와인과 관련되어 이 영화가 많이 화제가 되었지만 와인 한 두 잔이면 머리가 띵해지는 저는 와인 이야기는 배운다는 마음으로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더 없이 좋을 영화일 듯 합니다) 편하게 봤습니다. 포도를 키우고 와인이 되기까지의 긴 과정이 어쩌면 인생과 닮아있겠구나 하면서요.


캘리포니아의 멋진 양조장과 포도주의 다양한 세계는 흥미로웠지만 친구 잭이 작정하여 식당과 와이너리의 웨이트리스들에게 작업을 걸고 감언이설로 꼬시는 것을 보면서 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여자를 평가하고 재단하며 다 자기한테 넘어오게 되어 있다며 큰소리 칠 때도요. 잭 역을 맡은 토마슨 헤이든 처치가 그런 연기를 너무 찰떡같이 해서 더 밉상으로 보이더라구요. 결국은 그런 잭을 보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마일즈의 의도치 않은 폭로로 잭은 나중에 산드라 오가 연기한 스테파니에게 코가 내려 앉도록 두들겨 맞긴 합니다만.


유쾌하지만은 않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 마침내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 마일즈덕분이었어요. 잭은 겉으로는 유들유들거리며 자신의 속을 숨기고 능수능란하게 일탈을 즐기지만 그와 180도 다른 마일즈는 - 어떻게 둘이 오랜 친구인지 이해가 힘들 정도로 - 자신의 마음을 잘 숨기지 못합니다. 화가 치솟아 오르면 술을 엄청 마셔대며 감정을 쏟아내죠. 영화가 후반으로 가면 마일즈는 초조해져서 출판사 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소설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어봅니다. 대리인은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다며 내용은 참 좋은데 너무 난해해서 출판사에서 출판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며 이야기를 전달하죠. 그 이야기를 들은 마일즈는 감정이 폭발한 나머지 당시에 있었던 양조장에서 술을 병쨰로 들이키려고 하다가 큰 소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밖으로 나온 후 자신을 위로하려는 잭에게 마일즈는 이렇게 말핣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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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f my life is over, and I have nothing to show for it, nothing.

나이를 이렇게 먹었는데도 난 내세울 게 없어 하나도.


I am a thumbprint on the window of a skyscraper.

고층빌딩 창문에 남겨진 손자국같지.

I am a smudge of excrement on a tissue surging out sea with a million tons of raw sewage.

바다로 흘러가는 엄청난 하수 속 휴지에 묻은 배설물 얼룩이라구 .


살아가다 보면 가끔은 정말 우주의 먼지 한 점도 안 되는 것같이 자신이 느껴지잖아요.

그럼 마음이 마일즈의 저 대사에서 잘 느껴집니다.

마지막 대사는 작가 부코우스키 (아마도 찰스 부코우스키)의 글이라고 하네요.


제목 Sideways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옆으로...라는 뜻이네요. 영화 제목이 무슨 뜻인지 별 생각없이 봤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샛길로 빠지려는 두 남자가 바로 그렇습니다.


여자만 보면 들이대고 원나잇스탠드에 환장하지만 한바탕 대단한 일탈과 소동 끝에 결국은 약혼자 크리스틴에게 돌아가 결혼하는 잭, 소심하고 우울해하며 결정적인 순간에 폭발하지만 마침내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며 진실한 관계를 맺게 되는 마일즈를 보며 영화의 마지막에 가면 측은하고 짠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잭은 결혼해서 잘 살 지 상당히 의문이긴 하네요) 중년의 위기 Mid-life Crisis에 처한 어른들의 모습이 정말 진솔하게 그려진, 어른들의 영화. 청소년불가등급입니다.




I don't know. Sure seems fishy (수상해)

스테파니(산드라 오)가 자신의 토요일 결혼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계속 마일즈를 추궁합니다.

네가 이야기한 거 아니냐며. 마일즈는 끝까지 시치미를 떼며 무슨 소리냐고 자신도 네가 그렇게 되서 입은 손해가 크다고 끝까지 입을 딱 다물어 버릴 때 잭이 하는 말입니다


생선 냄새가 나듯 수상한 상황을 말할 때 fishy 하면 되겠네요



영화 거의 마지막에 마일즈가 하는 수업에서 학생이 글을 읽습니다.

" The marrow of hi bones..I repeated aimlessly. This , at last, penetrated my mind.

Phineas had died from the marrow of his bone flowing down his bloodstream to his heart.

I did not cry then or ever about Finny. I did not cry even when I stood watching him being lowered into his family's strait-laced burial ground outside of Boston .....

궁금해서 찾아보니 A Separate Peace라는 John Knowles 작가의 소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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