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묘 피노와 함께했던 첫 산책
피노가 13주 되던 때 수의사 선생님의 지도하에 시도했던 우리의 첫 산책길
사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대부분은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이 곳 유럽에서는
고양이의 야생성을 존중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도록 풀어놓기도 한다
이 녀석과 어디든 함께하고픈 욕심에 만약 가능하다면 산책냥으로 키워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일단 땅을 한번 접하게 되면 자유와 안전을 바꿔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을 대비해
생각을 접고 대신 반반 초이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마치 후라이드 치킨 반 양념치킨 반처럼 반반씩
내가 택한 반반 초이쓰는 말 그대로 피노를 업고 다니는 방법이었다
땅을 밟지 않되, 눈과 귀로는 가급적 세상의 많은 것 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피노가 100퍼센트 자유롭진 못하지만 대신 이 방법으로 안전하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으니
녀석이 내 마음처럼만 잘 따라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함께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니까
이렇게 우리의 산책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가방 속에 넣어 밖으로 나오니 뭐가 그렇게도 궁금한지 가방 뚜껑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뚜껑을 열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튀어나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람에 나무가 살랑거리고 새들이 옹알대는 소리 풀잎이 스치는 소리 하나하나에도 귀를 기울여 반응하는 걸 보니 뿌듯하고 기특하고 그리고 기뻤다
난 이렇게나 기쁜데 이 조그마한 생명체는 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와 같을까
이 신기한 녀석은 나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흡수해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마치 이 세상에 녀석과 나 단 둘 밖에 없는 것 같이
고양이란 놈들은 원래 이렇게나 치명적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