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애매한 인간 Apr 09. 2019

50. 카페 이용객, 카페 사장의 입장 차이

<카페 이용객, 카페 사장의 입장 차이>


요즈음 카페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눈으로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음식과 똑같다. 먹음직스럽고, 아름다워야 더 맛있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카페들은 빨대로 휘젓기 싫어지는 예쁜 음료들, 포크로 쪼개기가 두려운 디저트들을 주로 판매한다. 내가 커피를 마시러 온 건지, 아름다움을 마시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다. 먹을거리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한 몫한다. 그 카페만의 특색 있는 인테리어, 귀를 사로잡는 음악, 여유롭게 앉아있는 사람들, 이 모든 게 잘 어우러지면 아름답다. 게다가 요즈음 카페들은 하나같이 쾌적하다. 자유롭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고, 시원한 물도 마실 수 있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공부를 하던, 휴대폰을 하던, 업무를 보던, 뭘 하던 무진장 집중이 잘된다. 그래, 이게 '카페'다.


나는 이제 카페 이용객에서 카페 사장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음료와 디저트의 맛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름답게 만든다는 건 그만큼 돈이 든다는 의미이다. 음료 위에 올라가는 데코용 풀(허브, 로즈메리, 식용꽃 등)도 다 돈이다.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작은 카페에서는 여러 종류의 디저트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다. 디저트를 만들 수 있는 주방도 필요하고, 수십 가지의 베이킹 도구들도 필요하다. 나는 디저트 전문점에서 몇 가지를 납품받기로 했다. 납품받은 디저트들은 뻔하게 생겼다. 게다가 손님들이 물어본다. "수제예요?" 그래, 요새는 뭐든 '수제'가 트렌드다. 결국 나는 두어 가지 디저트만 남기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디저트보다 음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급자족을 위해 데코용 풀로 허브 화분을 하나 샀다. 조금 자라면 잘라서 잡아먹고, 자라면 잡아먹는다. 어느새 허브가 땅에 붙을 정도로 짧아졌다. 미안해.  .


카페의 쾌적한 환경을 즐길 때랑, 그 환경을 제공해줄 때랑은 확실히 다르다. 요새 카페에 가면 기본으로 있는 와이파이, 그 와이파이를 위해 3만 3천 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했다. 그런데 인터넷 한 회선당 전자기기가 4대밖에 연결이 안 된단다. 한 손님이 와서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을 쓰면 끝이다. 전자기기 연결 개수를 늘리고 싶으면 인터넷 회선을 하나 더 가입해야 한다. 아직까지 그렇게 급하지 않으니까 우선은 그냥 쓰기로 한다. 그런데        . 한 손님이 카페에 방문했다. 카페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통화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험사 직원이신가 보다. 그 손님은 3,5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키시고 6시간째 앉아계신다. 손님의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은 모두 와이파이가 연결되어있다. 손님의 노트북, 태블릿, 휴대폰은 모두 콘센트에 꽂혀있다. 손님은 목마르면 시원한 물도 마시고, 화장실에도 다녀온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한 손님이 카페에 오셨다. 와이파이를 쓰고 싶은데 자꾸 연결이 안 된단다. 아, 연결 개수 초과됐구나. 손님은 두 명밖에 없는데, 휴. 나는 그렇게 내 노트북의 전원을 껐다.


요새는 손님이 귀한 시대다. 그러다 보니 모든 손님이 반갑다. 한 분의 손님도 소중하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카페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본다. 손님이 카페에서 공부를 하던, 휴대폰을 하던, 업무를 보던 그건 손님이 카페를 방문한 이유다. 손님이 음료를 사 마시는 이유다. 알고 있다.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지만 왜 자꾸 그 손님이 미워지는 걸까. 왜 계속 짜증이 날까. 카페에 시간제한을 둘까? 다음번에는 업무는 자제해달라고 말해볼까? 콘센트에 얼기설기 얽혀있는 충전기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정작 얼기설기 얽혀있는 건 내 마음이다. 꼬여있는 내 마음이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카페'를 생각해본다. 카페는 맛있는 커피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사르륵 녹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카페는 무엇보다도 편안하고, 자유롭고, 고즈넉했던 공간이었다. 나는 회사에서의 수많은 규정과 규칙에 얽매어있기 싫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언제부터인가 나는 마음속으로 카페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다. 1인 1음료, 노키즈존, 3시간 이용제한, 애완동물 금지. 내가 만들고 싶었던 '카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49. 300원이 아깝거든요.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