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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Apr 10. 2019

51. 카페 역대 최고의 진상 손님

<카페 역대 최고의 진상 손님>


카페에서의 하루하루는 어느새 내 일상이 되었다. 카페에 출근하자마자 환기를 시키고 청소를 시작한다. 냉장고 속 재료들의 유통기한을 관리하고, 재고가 부족한 재료들을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손님이 들어오면 주문에 따라 커피를 내려 서빙을 하고, 손님이 없으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기 위해 인터넷 뉴스를 찾아본다. 오늘도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가한지 바쁜지 모를 애매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니, 있었다. 하지만 오늘 카페에 역대 최고의 진상 손님이 등장하면서 최악으로 바쁜 하루가 되고 말았다. 


이 진상은 보통이 아니다. 이 손님은 절대 혼자 오지 않는다. 항상 떼거지로 몰려온다. 혼자 오면 겨뤄볼 만한데, 떼거지로 몰려오니 속수무책이다. 떼거지로 달려들어서 나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든다. 우리 카페의 진상 손님의 정체는 바로 벌레님이시다. 하루살이인지, 초파리인지, 날파리인지 뭔지 모르겠다. 밤만 되면 밝은 불빛을 보고 달려오는 이 벌레떼들이 카페를 덮친다. 천장에 달린 전등, 간판, 유리창, 냉장고, 커피머신 등 불이 조금이라도 번쩍하는 곳이면 다 달라붙는다. 언제 한 번은 얘네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싶어서 관찰을 해봤다. 연한 초록색 몸뚱이에 살짝 긴 더듬이, 투명한 날개가 특징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노랑털깔따구'라는데, 인터넷상 사진보다 실물이 더 연약하고 귀엽게 생겼다. 노랑털깔따구 말고도 검은색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작은 벌레들이 눈에 띈다. 앞을 제대로 못 보는지 내 얼굴에 부딪혀 죽은 얘들이 꽤 된다. 유리창에서도 가끔 미미한 소리가 '탁', '탁' 들린다. 유리창에도 부딪히나 보다. 유리창 창틀에는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검은 점 같은 것들이 마구마구 떨어져 있다. 지켜보는 중에서도 유리창에 부딪힌 새로운 점들이 늘어난다. 하.


나는 벌레라면 병적으로 질색팔색 한다. 그중 제일 싫어하는 건 거미다. 길을 걷다가 가끔 내 얼굴에 거미줄이 걸릴 때가 있는데, 너무 싫어서 길에서 소리를 지르는 정도다. 어느 날은 집에 덩치가 큰 거미가 숨어 들어왔다. 나는 그 거미를 피해 집을 나갔다. 결국은 아빠 손을 잡고 집에 다시 와서 거미를 잡고, 방 곳곳을 청소하고 나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아빠는 손에 휴지를 몇 번 감은 뒤, 그 휴지로 조심스럽게 거미를 잡고 창 밖으로 던졌는데 난 그게 영 못마땅했다. 다시 기어들어오면 어쩌지? 온몸이 파르르 떨린다. 그런데 카페를 창업하고 나자 나는 돌변했다. 어느새 벌레를 보면 팍팍 잘 잡는 사람이 됐다. 눈 앞에 날아다니는 날파리는 손으로 팍 낚아채 잡아버린다. 유리창이나 냉장고에 붙어있는 벌레들은 휴지 한 장으로 꾹꾹 누른다. 휴지 한 장에서는 서른 마리 이상의 벌레들이 묻어있다. 벌레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 손이 떨린다. 금방이라도 곧 소리지르고 싶다. 하지만 떨리는 목 울림을 꾹 참고, 유리창에 붙어있는 벌레들을 휴지로 꾹 눌러 잡는다. 너네가 잘못하다가 손님 음료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니? 너네가 너무 많아서 손님들이 카페에 안 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나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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