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매한 인간 Jun 06. 2023

27. 비상! 비상! 공간이 부족합니다!

올해 들어 허벅지며 팔뚝이며 죄다 멍투성이다. 워낙 조심성이 없는 털털이인 것도 한 몫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간'이다. 하루의 10시간 이상을, 5년 동안 머물렀던 이 '공간'이 이젠 내 한 몸 건사하기에도 작게 느껴진다. 5년 동안 쌓인 짐들, 늘어난 가구들에 턱턱 걸려 넘어지고 부딪히기 일쑤인 매일이다. 8평 남짓한 공간에 800여 권이 넘는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엄마가 만들어준 때수건을 시작으로 공책, 다이어리, 텀블러, 스티커, 키링 등등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이곳저곳 숨 막히게 늘어져있다. '아, 이젠 좁긴 좁구나'


비단 그런 생각을 한 건 나만이 아닌가 보다. 진주의 동서남북으로 뻗어있는 손님들은 각자의 구역에서 열심히 매물을 찾아 공유해 준다. '지기님, 여기 골프장 1층 건물인데 임대 나와있네! 근처에 커피숍도 없어서 차리면 딱이겠어요!' '여기 시골에 빈 땅 나왔는데, 가건물 마냥 한 번 지으면 어때요? 주차도 갓길에 하면 되겠고!'  손님들은 빈 공실의 매매가와 월세 정보를 물어올 뿐만 아니라 주차장을 비롯한 유동인구, 상권분석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심지어 "거기 부동산 너무 세게 불렀네! 거기 전화번호 몇 번이고! 내가 깎아볼게!"라고 흥정까지. 


그래, 이 공간을 차린 지 5년의 시간이 지난 거다. 내부 인테리어의 노후화에 가속도가 붙었고, 하고자 하는 활동량에 비해 공간이 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전을 해야 할 시기구나', '무언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구나' 느끼지만, 실은,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많이 두렵다. 카페와 서점이라는 업은 5년간 나를 먹여 살렸지만, 정말 그 정도. 투자를 할 만한 사업의 성격이 아님을 깨닫는데 5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가게의 노후화 때문에, 수익과 상관없는 왕성한 활동량 때문에 확장 이전을 하는 것이 맞나 고민이다. 그럼에도 상상해 보게 된다. 더 넓고 쾌적한 환경에서 조용히 책을 읽다 가는 단골손님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된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기며 행복해할 손님들의 표정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5년간의 경험으로 이 사업은 수익성이 없다고 몸소 시행착오를 겪어 놓고는 나는 또 이 길을 가려하는가. 무신론자가 신을 찾고, 안 보던 점을 보러 가고 싶고, 사주주역을 찾는 나를 보고 웃음만 나온다. 나는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현실에서는 90% 이상 불가능이라고 결정 내린 상황에서, 나는 또 꿈을 꾼다. 부동산을 온종일 뒤적거리고, 확장이전할 곳의 인테리어를 꿈꾼다. 욕망은 고뇌와 처절함을 주지만 또 꿈꾸는 행복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결론은, 모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