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시간의 흐름, 그리고 사랑
그들은 늙어가고 있다. 나는 신발 끈을 질끈 묶고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엄마는 내 뒤를 따라와 노란 보자기를 내밀었다. “전에 가져간 김치, 다 먹었지?” 건네진 손을 바라보았다. 몇 해 전부터 그녀의 손은 김칫물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노랬다. 반찬통을 받으려는데, 중간에 아빠가 낚아채며 말했다. “힘쓰는 건 아빠가 할게. 춥다, 따뜻하게 입고 나와.” 정작 그는 얇은 내복을 걸치고 차로 뛰어갔다. 아빠가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는 동안 나는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내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입력하고 있는데,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톡톡. 창문을 내리니 불쑥 손이 들어왔다. 오랜 노동이 차곡히 쌓인 두텁고도 거친 손바닥이었다. 차갑고 주름진 노인의 손. 나는 아빠와 악수를 끝낸 뒤 내년 설이 되면 보자고 말하고는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뒷유리창으로 그들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작다. 그들의 몸에서는 더 이상 염색약으로도 감출 수 없는 노쇠함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들의 노화가 슬프기보다……두렵다. 아직 번쩍 짐을 드는 아빠를 보며 안심하고, 밭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엄마를 보며 ‘그래, 그들은 아직 젊어’라고 말하고 있는 나를 안다. 나는 불안의 원인을 캐묻지 않으려 애썼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사는 것만으로도 벅차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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