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먼저, 문장은 나중
처음 어르신들을 만났던 날이 아직도 또렷하다. 진주시 노인복지관의 요청으로 약 6개월간 어르신들과 함께 시를 쓰게 되었다. 매번 오시는 어르신들은 달랐지만, 그분들이 내게 건네는 첫마디는 하나같이 같았다. “못 배웠습니다.” 당황스러웠다. ‘안녕하세요’라든가 ‘반갑습니다’라는 첫인사 대신, 그분들은 늘 자신을 먼저 낮추며 말을 시작했다. 자기소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못 배워서…” “내가 뭘 몰라서…” 나는 어째서인지 그 말이 너무나도 무겁게만 느껴졌다. 내게는 그것이 겸손이라기보다 아픔처럼 느껴졌다.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특권이었다. 배움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시급했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에는 과거의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그건 시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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