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삶이 먼저, 문장은 나중

by 애매한 인간 채도운

삶이 먼저, 문장은 나중


처음 어르신들을 만났던 날이 아직도 또렷하다. 진주시 노인복지관의 요청으로 약 6개월간 어르신들과 함께 시를 쓰게 되었다. 매번 오시는 어르신들은 달랐지만, 그분들이 내게 건네는 첫마디는 하나같이 같았다. “못 배웠습니다.” 당황스러웠다. ‘안녕하세요’라든가 ‘반갑습니다’라는 첫인사 대신, 그분들은 늘 자신을 먼저 낮추며 말을 시작했다. 자기소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못 배워서…” “내가 뭘 몰라서…” 나는 어째서인지 그 말이 너무나도 무겁게만 느껴졌다. 내게는 그것이 겸손이라기보다 아픔처럼 느껴졌다.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특권이었다. 배움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시급했다. 그래서 그들의 언어에는 과거의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그건 시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애매한 인간 채도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뭐든 애매해. 공부도, 글쓰기도, 그림도, 요리도. 하지만 뭐, 애매한 것도 괜찮잖아?

3,36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6화세대 간 기억을 잇는 긴 실, 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