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독서모임에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해?

by 애매한 인간 채도운

독서모임에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한 번쯤, 아니 백 번쯤 이런 고민이 생긴다. 모임 안에서 싫은 사람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책과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대화에 어긋나는 말을 하거나, 지나치게 말을 독점하는 사람을 우리는 인문학적으로 ‘결이 다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때로 이런 표현이 더 잔인하다고 느낀다. ‘결이 다르다’는 말 속에는 사실상 이미 선이 그어져 있다. 당신은 나와 다르고, 그래서 나는 당신과 섞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하지만, 실은 거리를 두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나는 책을 읽는 지식인이자 교양이 있는 사람이니 그 사람을 싫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밀어내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진행자에게 그 삐죽 튀어나온 사람을 제지해달라고 요청하고, 누군가는 그 모난 돌을 빼길 원한다. 또 누군가는 그 사람이 보기 싫어 자신이 모임을 떠난다.


나는 지금까지 거의 9년간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단 한 번도 사람을 내쫓은 적이 없다(물론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맥락상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뤄본다). 그건 내 성격이 유난히 관대한 탓이 아니다. 내가 배척당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나는 부모님의 직업 때문에 여러 번 학교를 옮겼다. 공부가 전부인 학교에서는 집단에 끼기 위해 무던히 공부했다. 성적이 나의 보호막이었다. 전학 간 학교에서는 반대로 공부하는 아이가 배격되었다. 거기서는 성실함이 ‘범생이’라고 불리며 눈엣가시가 되었다. 무리에 끼기 위해 되지도 않는 욕을 입에 붙였다. 학교폭력이 난무하던 이른바 꼴통학교에서는 더 엇나가야 했다. 내가 왕따당하지 않으려면 가장 약해 보이는 친구를 때려야 했다. 그게 나를 조금씩 파괴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대학교 시절에는 외모 때문에 여학생들 무리에 속하지 못했고, 변두리를 어슬렁거리는 내가 싫어서 괜히 더 날카롭게 굴었다. 먼저 날을 세우면 덜 다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여러 무리에 속하려 애쓰다가 점점 비뚤어지고, 모나졌다. 나는 수십 번 배척당하고 외면당했다. 그래서 나는 학창 시절이 너무나도 처절하고 외로운 추억으로밖에 남아 있지 않다. 내가 사람을 내쫓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배척당해본 사람만이, 배척당했을 때의 그 기분을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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