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세상에! 내일은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오전부터 있는 독서모임을 위해 서둘러 아이를 재웠다. 그리곤 남편을 향해 "내일 오전에 독서모임 있어"라고 말했다. 이 말은 지금부터 책을 읽을 테니, 절대로 방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나는 서둘러 책을 펼쳤다. 문장 하나를 붙잡고 머무를 시간은 없다. 큰 줄거리를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새벽이 되면 우적우적 과자를 씹어 먹으며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책을 읽었다. 그런 나를 두고 남편이 한 소리를 한다. "미리 읽으면 안 돼?" 나는 눈을 세모나게 뜨며 생각했다. 독서모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미리 읽으면 되지 않느냐고? 안 되고 말고! 독서모임을 위한 독서에는 시간이 중요하다. 너무 일찍 읽으면 기억이 증발해 내용은 흐릿해진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에는 스트릭랜드와 스트로브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일주일 전쯤 책을 읽은 사람은 부작용으로 '스… 스… 스 뭐시기가 두 명'이라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 반대로 너무 늦게 읽으면 제시간에 책을 완독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나의 책 읽는 속도는 어떤지, 장르에 따라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기억은 생생하게 남아있으면서도 독서모임 날짜는 맞추기 위해서는 무척이나 정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나는 보통 하루 전이나 3일 전쯤 책을 읽는 편이다. 다만 이렇게 후루룩 급하게 읽다 보면 아쉬움이 남을 때가 많다. 책을 읽다가 떠오른 질문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오래 붙잡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마다 미련이 쌓인다. 노트에 독서기록을 남겨보자는 각오도 내려놓게 된다. 그래서 한 번 읽었을 때 큰 흐름을 짚어두는데 만족하곤 한다. 다음에 재독 할 때 세밀한 표현에 집중해서 읽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 좀처럼 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새로이 읽고 싶은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러다 새로운 멤버들과 독서모임을 꾸리게 되면, 그때 비로소 '재독 리스트'를 꺼내 들게 된다. 이번에 내가 소개한 책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였다. 지난번처럼 급히 읽고 싶지 않아서 한 책을 네 번에 나눠 읽기로 했다. 이 책은 376쪽으로 저자소개 등을 제외하면 분량은 더 줄어든다. 각 회차마다 1시간 30분씩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으니, 무려 6시간 동안 독서모임을 이어간 셈이다. 조금씩 읽고, 오래 생각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진득하게 나누는 시간…… 그 느린 호흡 속에서 독서모임의 또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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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묘미, 텍스트 바깥으로 나가기
/ 1장-19장 읽기
나눠 읽기의 첫 번째 묘미는, 자연스럽게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찾아보게 된다는 데 있다. 한 번에 몰아서 읽을 때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인물의 선택을 이해하려 애쓰고, 다음 장면이 궁금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책 바깥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다. 그러나 나눠 읽으면 이야기가 중간에 멈춘다. 그 멈춤이 질문을 만든다. 왜 이 인물은 이렇게까지 행동하는 걸까, 이 이야기는 어디서 온 걸까. 그렇게 생긴 질문은 자연스럽게 책 밖으로 향한다. 그래서 우리는 작가를 찾아보게 된다. 서머싯 몸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 왜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를 궁금해하게 된다.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은 1874년에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영국 국적을 갖고 있다. 파리의 영국대사관에서 일하던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나 프랑스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영국으로 건너가 목사 삼촌 밑에서 성장했는데, 말더듬과 내성적인 성격으로 또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의학을 공부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도 했지만, 결국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작가로서 초기 10년은 성공이 쉽지 않았지만, 희곡의 성공으로 경제적·정신적 여유를 얻었고 이후 자전적 장편인 <인간의 굴레>를 통해 대표 작가로 자리 잡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구급차 운전병, 영국 정보기관 MI6 요원으로 활동하며 러시아에서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서머싯 몸은 여행을 엄청 많이 한 작가이기도 하다. 남태평양 여행 경험과 화가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쓴 <달과 6펜스>를 1919년에 발표하며 큰 명성을 얻었다. 그는 긴 생애 동안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1965년 프랑스 니스에서 세상을 마쳤다. 조지 오웰이 그를 두고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현대 작가는 서머싯 몸이다. 이야기를 장식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전개하는 힘 때문에 그를 가장 존경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간결하고도 직관적인 문체가 주는 흡입력, 단순한 문장에서 들어다는 세상에 대한 통찰이 번득거려 조지오웰의 감탄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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