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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매한 인간 Jan 30. 2019

3. 인스타그램 속 부질없는 약속

36만 원의 교훈, 그리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인스타그램 속 부질없는 약속>


카페에 도무지 손님이 없자 홍보에 투자하기로 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SNS, 인스타그램을 활용하기로 한다. 인스타그램에 제일 먹음직스러운 커피와 디저트 사진을 올렸다. 카페에서 제일 예쁜 부분을 찍어서 '인싸카페'라는 태그를 단다. 그 이후 거금 6만 원을 예산으로 책정하여 홍보를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홍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게시물을 확인했는지, 좋아요를 눌렀는지, 팔로우를 했는지에 각 금액이 책정된다. 의외로 사진들이 괜찮았는지 댓글과 좋아요가 무진장 달렸다.


나는 대박 조짐이라며 동네방네 자랑했다. 좋아요도 100개가 넘었고, 팔로워도 200명으로 늘었다. 투자한 가치가 있었다. 홍보 예산 6만 원은 금방 소진되었다.


'투자를 해야 해, 그래야 소문이 나서 찾아오지'


나는 홍보비 10만 원을 추가했다. 그리고 '감성'넘치는 카페 사진을 더 찍어서 10만 원짜리 홍보를 하나 더 늘렸다. 도합 26만 원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홍보가 된 게시글에 모였다. 홍보물을 본 사람들이 친구들을 태그 하고, 태그 하고, 태그 해서 홍보비 그 이상의 효과가 있는 듯하다. 좋아요, 팔로워 수가 늘수록 홍보비는 빨리 소진되었다. 추가적으로 10만 원을 결제했다. 여기까지 36만 원이다. 그리고 기다렸다. 손님이 오기를-


카페에 손님과 함께한 시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많은 손님이 올 줄 알고 준비해둔 음료와 디저트는 유통기한이 다가오자 내 뱃속으로 다 들어갔다. 빵만 먹어대니 뾰루지가 올라온다. 이제는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들이 무진장 당기기 시작한다. 밥도 먹고 싶다. 엄마가 해주는 고슬고슬한 밥에 따끈한 국, 집밥이 너무도 먹고 싶다.


'아직 홍보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럴 거야'


2주가 지나도 손님은 하루에 열 손가락을 못 채웠다. 그중 두 손가락은 우리 엄마랑 아빠다. 워낙 손님이 없다 보니 엄마랑 아빠한테도 커피값은 꼬박꼬박 받았다. 속상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겠다고, 너무 예쁘다고, 음식도 맛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 그들이 오긴 했다. 손가락이 얹어진 컴퓨터와 휴대폰을 통해서 눈으로, 마음으로 왔을 테다. 인스타그램 속 수많은 말들이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다. 흘러가는 말.


빠르게 늘어나는 '좋아요'와 팔로워들은 바다 같았다. 밀물처럼 들어와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바다였다. 바다의 문제는 돈도 같이 쓸어갔다는 점이다. 결국 엄마, 아빠에게 커피값을 뜯어내며 번 돈보다 홍보비에 쓴 돈이 더 많았다. 파워블로그를 한다는 건너 건너 아는 친구에게 음료와 디저트를 무료로 갖다 바치면서까지 홍보하긴 싫었다. 그래서 선택한 온라인 홍보지만, 인터넷 속 관계와 말이 이렇게 가볍고 쉽다니!


결국 문제는 다들 아니라고 말했던 입지에 가게를 세운 내 잘못이려니 체념했다. 웃긴 건 백 명이 넘는 '좋아요'와 팔로워 때문에 홍보비 3만 원을 추가 결제했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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