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종합전형, 비판보다는 이해가 필요!
올해 초, 많은 제자들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노력을 결실로 만드는 학생들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리더십이나 탐구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알고 있으며 그 가치를 중심에 두고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신념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획에는 현재 대학에서 선호하는 평가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고액 컨설팅과 대필 의혹이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학종을 불신하는 학부모와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대학의 평가시스템이 교육환경의 개선보다 앞서는 바람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급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암기력이 뛰어나고, 문제를 잘 푸는 인재가 아니라 주도성과 사회성을 겸비한 타인이나 로봇으로 쉽게 대체될 수 없는 특점과 장점을 지닌 인재라는 것을 사실을 생각해야 합니다.
학종이 등장한 계기는 수능성적이나 내신등급이 아닌 학생이 가진 잠재력을 교내 활동을 통해 펼쳐내서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개척해 온 학생들을 높게 평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미래형 인재가 가깝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종을 비판하는 것에서 벗어나 왜 등장했는지와 어떤 평가시스템인지를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스펙' 보다 ‘스토리’로 승부하라!
학생부 중심 전형은 학생부 교과전형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나뉩니다. 그런데 서울의 주요 상위권 대학들은 학생부 교과전형보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학생들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단순히 학생부에 적히는 활동들을 우선시하는 전형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비교과 활동을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여러 활동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스펙이 좋은 학생들을 선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내신 등급과 비교과 활동 그리고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 심사를 하고, 2차로 면접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1차와 2차 심사에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잠재력과 가능성을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그러므로 학생부에 ‘무엇’을 했는지가 많이 나열되어 있는 학생보다 ‘무엇’을 ‘왜’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임했는지, 결과적으로 얻은 ‘배운 점’과 ‘느낀 점’을 학생부에 적혀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글이나 말로 설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19년 서울대 화학 생물공학과에 합격한 학생의 자소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처럼 자신만의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2학년 물리 수업 때, 스마트 그리드 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에 대한 탐구를 진행하면서 홈 네트워크 시스템에 전기와 도시가스계량기를 연결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나아가, 에너지 절약뿐만 아니라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3학년 물리 시간에 고효율성과 친환경적인 특성을 지닌 스털링 엔진의 원리와 활용에 대해 조사하면서 바이오매스를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 활동은 연결하고, 주제는 확장시켜라!
평소에 관심 주제에 대한 책이나 기사를 읽고, 스스로 질문하면서 고민한 학생은 하나의 활동에서 끝나지 않고, 그 활동과 다른 활동의 주제를 연결시킵니다. 예를 들어, 국어시간에 독후감 쓰기 수행평가를 하는데 ‘넛지’라는 책을 읽고 행동경제학에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학기에 경제학 동아리를 만들어서 ‘행동경제학’의 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들이 무엇이 있으며 그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학 수업에 ‘행동경제학이 정책 입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례를 조사하여 미국과 영국 사회에 행동경제학이 미친 영향에 대해 탐구하여 발표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노력을 기울인 학생이 2019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합격했습니다. 그 학생이 면접 때 학과에 지원한 동기를 설명한 내용입니다. 활동은 연결되어 있고, 그 주제를 확장시켜 지원동기로 언급했습니다.
“3학년 ‘넛지 동아리’ 활동에서 행동경제학자들이 밝힌 경제 주체의 다양한 성향과 심리를 이해하고, 최종 제안 게임이나 공공재 게임의 행동 실험 결과를 조사하면서 소비자는 비합리적이지만 공정성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람직한 행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유도할 수 있는 전략으로 다양한 성공적인 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행동경제학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만약 행동경제학의 원리를 반영하여 정책을 만든다면, 부유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찾은 것 같아서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고, 행동경제학을 학문적으로 연구하여 그런 해법을 찾고 싶다는 바람으로 경제학과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교과내용을 전공적합성 높은 활동으로 구체화하라!
개정된 교육과정에서는 수행평가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각 과목별로 다양한 주제로 보고서, 독후감, 감상문 등을 제출하는 활동이나 토론이나 발표식 활동도 수업시간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런 수행평가나 활동의 내용은 각 과목의 성적에도 영향을 주지만 학생부의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에 기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한, 진로선택과목이나 일반선택과목은 교과내용을 확장시켜 희망 진로와 연관성 있는 탐구를 진행하도록 권장하는 수업입니다. 즉, 학생 스스로가 교과지식을 희망 진로와 연결시켜 탐구하려는 자세로 전공적합성 높은 활동을 구성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19년 경희대 환경공학과에 합격한 학생의 자소서에는 교과수업 내용을 환경공학과 연결한 탐구활동을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환경에 관심이 많았기에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부터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다방면으로 해결을 궁리하는 교과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2학년 물리 시간에 전력의 수송과 손실 전력에 대해 배우면서 송배전의 손실률은 적정 용량의 변압기를 사용하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스마트 그리드 ’에 대해 탐구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발전된 차세대 전력망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 건설되고 있는 에너지 제로 주택에 찾아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전력시스템이 환경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는 이유를 탐구했습니다.”
2019년 학생부 기재 방안이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특기사항의 최대 글자 수를 줄인 이유는 그동안 학교나 학생에 따라서 기재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즉, 창의적 체험활동을 많이 했다고 해도 글자 수가 부족해서 적지 못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학생부 장수나 글자 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양질의 활동을 구성했고, 어떻게 임했느냐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활동이 많이 하는 것보다는 희망하는 진로와 전공과 연관성 깊은 활동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을 했는지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했으며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에 대해 설명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별로 공통으로 진행된 특색 없는 활동은 의미가 없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활동을 구성하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고액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학생이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질문하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 책과 신문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하며 현재는 물론 미래의 자신의 모습까지 설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의 교육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공부해라. 숙제해라. 학원가라.”하기 전에 “네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이니? 네가 살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니?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니?”라고 끊임없이 대화해주고 고민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단지 명문대를 입학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