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예가 되어야 하는 순간

왜 수수께기를 내는가

by emily

@@나의 오피스야사의 주인공 이름을 정했다! 이애라. 영어로는 애라~이.


최수종이 왕건역을 한 것을 기억한다면 나이 많음 인증이나, 그 당시 굉장히 인기있던 유행어가 있었다.

왕건의 한때 상사였던 궁예의 대사다.

"내 관심법에 걸렸으니 당장 처단하라!"


참 웃긴 이야기다. 마음이 보인다니.

표정같은 비언어적 표현으로 어느정도 짐작은 할 수 있겠지. 그렇다고 상대방의 마음이 보인다는 건, 너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공기가 보인다, 바람이 보인다와 무엇이 다르리.

그러나, 이애라는 그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요구를 받고 괴로운 시절을 보낸 적이 있다.


애라는 당시 층층시하, 위에, 위에, 위에, 위에 상사들이 쫘르르 깔려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에 계신 분이 보내는 메세지는 알수 없었다. 마이크로가 아니라 나노매니지먼트를 구사하던 그분의 별명을 붙이자면 가지밭. 가지 가지 하는 스타일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 출장가야 해. 출장 신청서 내야해? 멀지 않은 곳인데."

그럼 내야지. 안내고 갈 수 있나?

"내셔야죠~"

라는 답이 오면

"정말? 퇴근시간 다 되어 가는데 내야해?"

이때 마음속에 유레카~ 대신 해달라는 소리구나.

깨닫고 '제가 해드릴께요' 라고 하면

"해야해?"라고 끝까지 묻는다. 자기가 시킨게 아니라 내 선택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애라는 그런 가지밭님이 정말 싫었다. 해달라고 해도 해줬을 것이다. 옳은 일이거나 해야 하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질문받기 귀찮아서 해줬을 일이다. 그런데 저 일이 뭐라고, 내가 해준다고 내가 결정을 내려야만 가지밭님의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그뿐 만이 아니다. 가지밭님의 방에 가습기가 생겼다. 가지밭님에게 잘보이고 싶은 애라의 상사가 큰 맘먹고 구입한 것. 오바스럽기 그지없이 큰 덩치를 자랑하는 가습기였다. 가지밭님의 반응은 역시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거 물 어떻게 넣어? 그냥 넣으면 고장나는 거 아니야?"

팀원중 한명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답했으나 가지밭님의 질문은 끝도 없었다.

"이거 망가지면 어떻게 해? 그냥 막 넣어도 되는거야? ....(계속 브라 브라 브라)'

그 뒤로 팀에서 가장 나이 많은 직원이 가습기에 아침마다 물을 넣었다. 이거 누구 시키도 뭐하고... 그냥 내가 하지 하는 심정으로....


몇일 지나, 가지밭님은 우연한 기회에 가습기를 평할 일이 생겼다.

"내방에 생긴거 쓸데 없이 부피만 커."

자기손으로 물한번 안넣으신 분이 사준 사람 성의도 있지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것 보니 가지님은 마음이 곧지는 못한 모양이다.


해달래도 되어야 할 일은 담백하게 해달라면 되고 해달라기 부당하다 생각되는 일은 시키지 않으면 된다. 가습기 물을 못넣겠으면 사달라지 말아야 하고, 사라고 했으나 자신이 관리 못하겠으면 다른 직원 방에 넣어줘도 아무 이상없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도 책임지기 싫어 상대방 입에서 '제가 할께요'와 같은 책임 질 말을 유도하고, 그 많은 월급은 본인이 다 챙겨가는지...


도대체 어디까지 마음을 알아줘야 할까.

그 많은 질문이 나오기 전에 답변을 해주면 좋겠지만, 우리에겐 슬프게도 관심법이 필요한 순간이 너무 많다.

상식이 일반적인 지식이나 인식이 아니라, 상한 지식같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오피스야사 #애라이 #관심법이필요한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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