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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두 Jun 12. 2021

1. 보통사람의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시작하는 마음

깬 척하는 보통 사람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다. 일어나 당근 주스를 마시며 약간의 배를 채우고 나서는 간단히 아침을 차려 남편과 함께 먹었다. 그러고 나서 남는 시간. 집안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이북으로 책을 하나 골라 펼쳤다. ‘나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 요즘 왜 이렇게 어떻게 살겠다고 결심을 하는 사람이 많을까?


 흔한 얘기이지만 나는 이 책에 충격을 받았고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이 글을 쓰기에 앞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내가 장황하게 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나는 환경 운동자도 아니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자신도 없으며 비건도 아니다. 그저 작심삼일을 주로 하는 보통 사람이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체로 쓰던 것들이 앞으로의 선택의 나날에서 조그만 성과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마음을 정리하고 기억하고자 남긴다.



#제로웨이스트 : 쓰레기 배출량 제로(0) 운동.
#비건 : 채식주의자



미국에서..


 좋은 기회가 찾아와 2년째 미국에 살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나날이 미세먼지가 심해져 하늘이 푸르지 않아 안타까워하던 참이었는데 미국에 오니 휴양지에 온 것만 같았다. 누군가 미국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을 물었을 때 깨끗한 공기, 맑은 하늘, 쉽게 볼 수 있는 동물들을 얘기하며 미소를 지었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간혹 고속도로의 쓰레기나 바닷가의 쓰레기를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넓은 도로와 주차장, 일층 밖에 안 되는 마트를 보며 미국의 스케일에 찬양하기 바빴다. 우리나라와 달리 상대적으로 넓은 땅에 가려진 쓰레기 매립지를 보지 못했다.



 당시에 아파트 문 앞에 쓰레기를 놔두면 쓰레기를 가져가는 픽업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아마 한국에 이런 서비스가 있었으면 온 신혼부부의 싸움이 10분의 1로 줄지 않을까) 쓰레기를 놓는 통이 내 허리만 했다. 그에 맞게 산 쓰레기봉투는 한국에서 이사할 때나 쓸 법한 크기였다. 예전의 나라면 이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우기 위해 이주는 쓰레기를 모아야 할까? 나는 이 봉투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우리 아파트에는 재활용 분리배출을 하지 않았다. 장을 한 번 보고 나오면 포장지가 어마 무시했다. 알뜰한 주부가 되어보겠다며 가게 된 코스트코는 대용량의 물건만 팔아서 종이 박스며 플라스틱 백이며 엄청난 포장지가 나왔다. 한 번 장을 보면 나오는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가 합쳐져서 일주일에 3~4번은 그 큰 쓰레기를 채워서 버렸다.



 또한 2인 가정에 정수기는 무리라 매번 크고 작은 플라스틱 물병을 사서 쓰고 버렸다. 회심의 일격으로 준비한 브리타 필터 정수기는 낙후된 수도관에서 나는 냄새와 한국과 달리 물 자체가 경수여서 먹기에는 어려웠고 요리용으로만 사용되었다. 매번 나오는 플라스틱 병을 그냥 버리는 것은 죄책감이 들었다. 처음에는 먼 곳까지 분리수거 센터를 알아보다 생활에 치여 바쁘다는 이 핑계를 대며 나는 산만큼의 양을 버리며 아무런 느낌이 없는 무딘 사람이 되어있었다.



 미국에는 극과 극의 사람들이 있다.



걷기만 해도 더운 한낮에 멋진 운동복을 입고 조깅을 하는 사람이 있고, 마트에서 마저 걷기 힘들어 보조 운행 기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카트 옆에 전동 운행 기구가 따로 놓일 정도인데, 노약자뿐만 아니라 젊지만 고도 비만인 사람들이 이용한다. 초고도 비만이라 무릎관절이 아파 걷기 조차 힘든 사람들이다.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로 극과 극의 유형이 있는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사람(Lauren Singer)이 있고 나와 같이 쓰레기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있다.


이 두 분류의 사람이 함께 살아가도 그 누구도 강요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으며 그런 말을 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더군다나 나는 앞서 말한 대로 아직 아무것도 실천하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 식사를 했다고 해서 내가 비건을 추구한다고 할 수 없듯이 나는 해낸 게 없다. 그저 나는 얼마나 모른 채 살아왔을까? 불편한 이 마음이 단지 불편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미약하게나마 실천하기 위해서 그 일지를 적어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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